미국·G7과 마찰 가능성엔 "대항마 아니다" 선 그어
|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브릭스는 이날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사우디, 이란,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랍에미리트(UAE)를 새 회원국으로 초청하기로 결정했다고 의장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밝혔다.
이에 앞서 남아공은 브릭스 확장을 위한 원칙과 기준, 지침, 절차 등을 담은 문서를 마련해 회원국 정상들에게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외무 장관은 기존 회원국들이 "확장 문제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대결 구도가 확연해지면서 중러는 G7(주요 7개국)에 필적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자 브릭스 확대를 추진해 왔다. 당초 인도, 브라질과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4년 만에 열린 대면 회의에서 정상들의 대화가 급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적극적이었던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날 "브릭스 확장을 가속해 더 많은 국가들을 브릭스 가족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 문제 등으로 인해 남아공에 오지 못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상으로 "차기 의장국으로서 브릭스 회원국 확대 문제를 포함해 결정되는 내용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전격적인 회원국 확대 결정은 당초 신중한 자세를 보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회원국 확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간 22개국이 브릭스에 공식 가입 요청을 했고, 비공식 요청국도 20개국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회원국의 외교 선호도와 일정 조건에 맞는 6개국에 먼저 승인이 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브릭스가 G7이나 G20(주요 20개국)의 대항마가 아니다"라고 거듭 밝히며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중·러의 확장 기조에 동조해 온 남아공 역시 브릭스가 반서방 블록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며 외교적 마찰 가능성을 경계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의의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행사에 불참해 궁금증을 낳았다. CNN 등은 현장에서 불참 이유에 대해 추측이 무성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