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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이 지난주 부동산 담당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배포한 '8월 세쨋 주 아파트 가격 동향' 내용이다. 말이 좋아 주택 가격 동향이지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 중심의 주간 아파트 시황 조사와 다를 바 없다.
주요 국가 가운데 주간 단위로 아파트 가격 통계를 내놓은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 집값 통계 양대 축인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KB부동산)은 매주 어김없이 일주일 동안의 전국 주요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변동률을 발표하고 있다. 대개 '이번 주 OO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얼마 상승(하락)했고, XX지역 전세가격은 얼마 하락(상승)했다'는 식이다. 지역별 시세 변동률은 소수점 두 자리 또는 세 자릿수까지 정밀하게 표기된다.
주간 시세는 아파트 가격 움직임을 재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문제는 주간 아파트값 통계가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21일 기준) 0.14% 올라 14주 연속 상승했다. 그런데 KB부동산 조사에선 2주 전(14일 기준)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오름세로 돌아섰고, 지난주 가격 상승률은 0.08%였다. 두 조사 기관의 주간 가격 변동폭도 다르고, 집값 상환 전환 시기도 3개월(12주)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똑같은 부동산 시장을 놓고 집값 통계가 이렇게 차이를 보이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두 기관의 통계 모두 조사원(부동산원)과 중개업소(KB부동산)의 주관이 반영되는 구조로 짜여져 있다는 게 문제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아파트 단지에서 조사 기간에 실거래 사례가 없었다면, 주변 아파트 시세를 참고하거나 호가 등을 감안해 산출한다. 이 때 조사원이나 중개업소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부동산원의 경우 조사 기간 중 실거래 사례가 없으면 조사원이 과거 거래 내역과 인근 단지 시세를 고려해 '거래 가능 가격'으로 추산 및 보정한다. 조사원의 주관이, 나아가 부동산원의 '입김'이 통계에 개입할 개연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거래량이 적을 때는 조사 과정에서 정성적 평가가 더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통계 왜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왜곡된 시세 통계는 시장 혼란을 낳고, 이를 토대로 설정하는 정부 정책 방향을 어긋나게 할 가능성이 크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 애초 주간 단위로 시세 변동률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집값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민간 기업이라면 모를까 월간도 아닌 주간 아파트 시세를 국가 공인 집값 통계 기관인 부동산원까지 나서서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 세계 유례없는 아파트 주간 시세 발표는 중단하는 게 낫다. 대신 월별 조사로 집값 통계 시스템을 바꾸자. 국민은 호가나 조사자의 판단에 의존한 주간 통계가 아닌 실거래가에 기반을 둔 제대로 된 월간 통계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