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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봉 쿠데타를 주도한 인물 중 하나인 브리스 올리귀 은구마 공화국 수비대 사령관은 30일(현지시간)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은 3선을 할 권리가 없었고 헌법을 위반했다"며 쿠데타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군부는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권력 장악을 선언하며 "봉고 대통령이 반역죄로 체포됐으며 가택 연금됐다"고 밝혔다. 군부는 또 가봉의 국가 기관을 해산한다고 공표했다.
이들은 봉고 대통령의 3연임이 결정된 최근 선거를 무효로 한다고도 밝혔다. 봉고 대통령은 42년간 장기 집권한 아버지 오마르 봉고에 이어 2009년부터 14년간 가봉을 통치해 왔다.
국제 사회는 일제히 우려와 규탄의 뜻을 표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선거 이후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수단으로써 벌어진 쿠데타 시도를 단호히 규탄한다"며 "군사 쿠데타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깊이 우려스럽다"며 "민주적 통치에 대한 가봉 국민의 요구를 계속 지지할 것이며,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역내 불안정이 더해지고 있다"며 쿠데타를 일으킨 가봉 군부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과거 가봉을 식민 통치했던 프랑스 정부도 "자유롭고 투명한 선거에 대한 약속을 상기시키고자 한다"며 쿠데타를 규탄했다.
가봉은 원유, 망간 등이 풍부해 아프리카에서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최빈국인 니제르 등과 정치·경제적으로 다른 환경을 갖고 있어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아프리카에서 군사 쿠데타와 같은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서방의 영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분석했다.
니제르에서는 과거 식민 통치국인 프랑스에 반대하고 군부를 지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날 가봉에서도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 쿠데타 소식에 환호를 보내는 등 서방의 우려와는 다른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