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에 체류하는 에리트레아 난민들은 이날 텔아비브에서 자국 대사관의 후원 행사가 열리는 것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다 에르테레아 정권을 지지하는 이들과 충돌했다.
현지 경찰과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는 공관에 침입해 의자를 부수고 진열품을 파손했으며 가게 창문과 차량 유리를 깨는 등 과격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고무탄과 수류탄 등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경찰 30여명을 포함한 114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최소 16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한 병원은 총상을 입은 부상자 11명을 치료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가담한 에리트레아인들은 대부분 본국 정부의 독재를 피해 이스라엘에 망명 온 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해외에서 열리는 정부 후원 행사들이 30년간 장기 집권 중인 이사이아스 아프웨르키 대통령의 선전 도구로 쓰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캐나다와 스웨덴, 독일 등에서도 앞서 에리트레아 정부 후원 행사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역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에는 약 1만8000명의 에리트레아인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집계하고 있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주로 이집트 시나이 반도를 통해 이스라엘로 불법 입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이들의 망명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거주 지역과 경제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2010년 에리트레아와 수단 난민을 막기 위해 주요 이동 통로에 장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1993년 독립한 에리트레아는 집권 정부가 북한을 롤모델로 삼았다는 말이 있을 만큼 폐쇄적이고 억압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에리트레아에는 입법부나 독립된 사법부, 시민단체, 언론 등이 모두 부재한 상태다. 종교의 자유도 사실상 없으며 일정 교파에 한해서만 신앙이 허용되고 탄압이 극히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리트레아인들은 해외로 나가려면 출국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몰래 탈출하다 사살되는 경우도 많으며 난민들은 인신매매 등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에리트레아 활동가 그룹 이아클의 한 인사는 "에리트레아 정권과 그 지지자들은 우리 앞에서 춤을 추며 우리의 형제자매들이 강제로 희생된 전쟁을 미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