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자본주의는 독점에 이르게 하지만 효과적으로 그 독점을 깬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01201000579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10. 12. 18:11

지텔만
독일 <디 벨트> 前편집장 라이너 지텔만
라이너 지텔만(Rainer Zitelmann)은 독일의 역사학자이자 사회학자다. 그는 최근 ≪반자본주의자들의 열 가지 거짓말≫을 출판했다. 지텔만 박사의 허락을 받아 그의 칼럼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내가 나의 책 ≪반자본주의자들의 열 가지 거짓말≫을 위해 대중의 자본주의 인식에 관한 국제 설문 조사를 의뢰했었는데, 자본주의에 대해 퍼부어진 주요 비판 중 하나는 자본주의가 독점들에 이르게 한다는 점이었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독점들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보다 더 효과적으로 독점을 깨트리는 것도 없다는 점도 역시 사실이다. 독점들이 권력의 절정에 이르면 영원히 파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독점들은 전혀 영구적이지 않다. 오늘날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거대기업들이 아주 지배적이어서 오직 정부 반독점 정책들에 의해서만 심하게 도전받을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믿는다. 그러나 역사는 독점들이 대부분 그런 믿음보다 훨씬 덜 영속적임을 가르쳐 준다.

사회관계망 서비스 마이스페이스(Myspace)는 2003년에 설립되었고 빠르게 수백만의 사용자를 얻었다. 2006년 6월까지는, 마이스페이스는 미국에서 방문자가 가장 많은 웹사이트였고 구글에 앞서기조차 했다. 2007년에 ≪가디언(The Guardian)≫지는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졌다. "마이스페이스가 독점력을 잃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Will Myspace ever lose its monopoly?)
2008년 초기까지는, 마이스페이스는 74.4% 사회관계망 시장 점유율을 가졌고, 2008년 12월까지는 오직 미국에서만 7590만 방문자를 가졌다. 그러나 겨우 여섯 달이 지나자, 페이스북(Facebook)이 미국에서 마이스페이스를 따라잡았고, 마이스페이스의 시장 점유율은 2009년 말 그저 30%로 하락했다. 오늘날 마이스페이스는 거의 무의미한 존재가 되었다.

2008년 11월 ≪포브스(Forbes)≫지는 이동전화 제조업자 노키아(Nokia)에 관한 것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10억 고객-누가 휴대전화 왕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One Billion Customers-Can Anyone Catch the Cell Phone King?)가 그 표지 제목이었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부동의 세계 최대 이동전화 제조업자였던 노키아는 2012년 첫 분기에 삼성(Samsung)에 추월당했다.

당시 삼성은 25.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는데 노키아는 여전히 꽤 괜찮은 22.5%, 애플(Apple)이 9.5%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그럼에도 노키아의 점유율은 2008년 이래로 3분의 1 이상 하락했다. 노키아는 1990년대에 세계에서 맨 처음 스마트폰을 개발했지만, 응용프로그램들(apps)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고 나중에 이를 인식했을 때는 너무 늦었다.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 휴대전화부서를 샀을 당시 노키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단지 3%에 불과했다.

또 하나의 사례는 제록스(Xerox)다. 제록스는 1960년에 최초의 복사기를 발명했고 1970년에 거의 100%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시장을 지배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을 두고 "구글링했다"고 말하듯이 당시 사람들은 복사하는 것을 두고 "제록스를 한다(Xeroxing)"고 말했다. 1973년에 제록스는 반독점 법률 위반으로 고발되었고, 너무 오래 끈 법정 투쟁이 뒤따랐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문제는 시장에 의해 해결되었다. IBM, 이스트먼-코닥(Eastman-Kodak), 캐논(Canon), 미놀타(Minolta), 리코(Ricoh) 그리고 여타 회사들이 모두 제록스보다 더 작고 더 값싼 복사기들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이 경쟁자들은 관리하기 쉬운 액체 토너를 사용하고 값싼 표준화한 부품들로 조립되는 복사기를 개발했다. 이 복사기들은 비싼 사유 망(proprietary network)을 통해서가 아니라 보통의 사무용품 판매점들을 통해서 판매되었다. 오늘날, 제록스는 세계 복사기 시장의 2% 미만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1976년 당시 코닥(Kodak)은 미국 필름시장의 90% 이상을, 미국 카메라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었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로의 수요 이동을 완전히 저평가했지만, 그 후 시장은 고(高)사양(high-spec) 스마트폰 카메라들이 지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2012년 코닥은 파산을 신청했고 후에 다른 사업 모델들로 자기의 운을 시험해야 했다.

경쟁과 독점은 정반대가 아니라, 말하자면 "변증법적 모순" 관계다. 경쟁은 독점을 창출하는데, 왜냐하면 최고의 제품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또 높은 독점 이윤은 새 경쟁자들을 끌어들여 경쟁자들이 점차 독점을 파괴한다. 경쟁에서 승리해서 일정 시점에서는 일시적으로 독점이 될지 모르지만, 그들이 성취한 독점적 지위는 다시 그들의 경쟁자들에 의해 파괴될 운명이다. 경쟁자들에 의한 독점의 파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단지 공공 독점의 경우뿐이다. 왜냐하면 정부의 권력이 경쟁을 통한 독점의 파괴를 막기 때문이다.

공공 독점이 아닌 독점들은 전형적으로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독점 기업들이 더 커짐에 따라 지나치게 관료적으로 되고, 점차 경쟁의 압력을 더 받게 되고 또 독점 기업들의 사고방식이 더욱더 정부-소유 기업들처럼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라이너 지텔만 (독일 <디 벨트> 前편집장 )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