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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내규에 따르면 퇴임을 앞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은 이틀 뒤인 11월1일부터 구속 형사사건의 주심을 맡을 수도 없다. 대법관 1명에게 배당되는 사건이 한 달 평균 300여건이 넘고 구속 형사사건도 평균 60~70건에 달하는데, 12명이 하던 일을 이제 10명이 나눠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판연구관이 버티고 있다지만 이전과 같이 심리가 이뤄질 리가 없다.
불완전한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뤄지는 전원합의체(전합) 판결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전합 사건 중에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정식 안마사 자격을 주는 현행 의료법이 비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 하급심 판결에 대한 상고심도 있다. 누군가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데다 헌법재판소에서 여러 차례 합헌 결정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 흠결 없이 결정하려면 우선 완전한 체제부터 갖춰져야 한다.
국회가 이런 사법부 대혼란을 염두에 두면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을 리 만무하다. 애초에 대법원장 자리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선 안 됐다. 현 정부의 부실한 검증과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의 결과 피해는 고스란히 소송 당사자인 평범한 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대법관을 권한대행으로 세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결시켰다는 논란은 그 진위를 떠나 낯부끄럽기까지 하다.
이번 주 대통령실에서 새 대법원장 후보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국회가 사법부의 재판 지연과 정치적 판결을 호되게 질책하려면 본인들 할 일부터 똑바로 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불완전한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를 끝내는 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