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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오는 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899년 10월 3일자 중재 판정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이 사건은 가이아나에서 과야나 에세키바로 불리는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500㎢ 규모 영토와 그 유역에 대한 소유권 분쟁을 다룬 것이다. 1899년 당시 중재재판소는 이 지역을 식민 통치하던 영국의 영유권을 인정했고, 이후 이곳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가이아나의 국토로 편입됐다.
가이아나와 국경을 맞댄 베네수엘라는 19세기 초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 자국에서는 에세퀴보라고 부르는 이곳에 대해 "역사적으로 우리땅이었다"며 실효적 지배권을 주장해 왔다.
양국의 오랜 영유권 논쟁은 최근 수년간 더 심화됐는데, 이는 지난 2015년 이 지역 인근 해상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가이아나 유정 탐사를 진행한 미국 에너지 기업 엑손 모빌은 이곳의 석유 매장량을 32억∼50억 배럴 전후로 추산했다. 인구 80만명의 가이아나에서 국민 1인당 매장량으로 따지면 4000∼6200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1900배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또 베네수엘라가 석유 매장량 1위이긴 하지만 베네수엘라 석유는 대체로 황 성분이 섞인 중질유로 고도화 공정이 필요한 반면에 가이아나 석유는 경질유이기 때문에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탕수수와 쌀 등 농업에 의존하던 가이아나는 천지개벽의 전환점을 맞았고, 실제 2019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기존 3∼4%대에서 20∼40%대로 뛰어올랐다.
과야나 에세키바 유전을 포기할 수 없는 베네수엘라 정부는 다음달 3일 '에세퀴보 방어권 보장을 위한 국민투표'를 시행할 예정이다. 자국 국민들로부터 당연히 예상되는 압도적 찬성 의견을 갖고 국제사회에서의 여론전을 펼치지 위한 시도로 관측되고 있다.
가이아나는 베네수엘라의 국민투표에 대해 '자주권 침해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이아나는 일부 문항의 부적절성을 이유로 해당 투표가 진행되면 안 된다는 의견을 ICJ에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