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전자개표기를 거친 무효표가 유효표로 분류되는 영상 등이 퍼지면서 부정선거 의혹이 크게 일어났다. 선관위는 지난해 3월 대선 사전투표에서 직접·비밀투표원칙을 무시한 선거관리 행태로 엄청난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당시 일부 투표소에선 참관인이 없는 상황에서 선거 사무원이 확진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비닐봉지나 라면 상자, 소쿠리 등에 담아 운반하고, 이미 기표한 투표용지를 내주는 '말도 안 되는 일'도 있었다.
급기야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외부기관이 지난달 합동 보안점검을 벌였다. 그 결과 선관위의 투·개표 관리 시스템에 대해 외부 불순세력이 언제든 침투할 수 있는 상태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투·개표 시스템, 선관위 내부망 등에서 해킹 취약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특히 해킹으로 사전투표 인원의 투표 여부를 뒤바꾸고 '유령 유권자'도 정상적인 유권자로 등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투표지 분류기에 해킹 프로그램 연결이 가능해 개표 결과까지 바꿔버릴 수 있는 허점도 드러났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와 투표함의 관리 등 투·개표 업무 관리를 근본적으로 보완해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동의를 얻어 내년 총선을 치르길 바란다. 최근 선관위는 투표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수(手)개표 도입, 사전투표지에 막대 모양의 바코드를 삽입해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 등 선거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용지의 무단인쇄·사전투표 조작이 가능하다는 국정원 지적에 "내부자 조력자 없이는 성공이 어렵다"는 궁핍한 변명을 하는 대신, 해킹이 가능한 전자개표 방식의 철폐와 수개표의 전면 도입을 반드시 관철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