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보면 기업의 어려움을 알게 된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1조53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9754억원으로 29.0%가 늘었다. 일부 은행은 50%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무수익여신이 7462억원에서 9234억원으로 23.7%로 증가했는데 은행이 볼 때는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이 훨씬 심각하다는 얘기다.
파산도 많다. 올 3분기 법원에 1213건의 파산 사건이 접수됐는데 작년 같은 기간에는 738건(64.4% 증가)이었다. 최근 10년간 파산 건수가 가장 많은 것은 2021년 1069건이었다. 연말까지 3개월 남았는데 기록을 깼다. 법인 회생 신청도 116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6% 늘었다. 개인 파산은 3분기 3만1026건이 올해 3만1012건으로 되레 줄었다.
어음 부도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어음 부도액은 4조15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3202억원보다 214.9% 폭증이다. 1∼9월 월평균 전국 어음 부도율 역시 지난해 0.08%에서 올해 0.25%로 높아졌다.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는 한국 기업 부도가 지난해 1∼10월보다 약 40% 증가, 주요 17개국 중 2위라고 경고할 정도다.
기업의 입장에선 뭐 하나 신바람 나는 게 없다. 고금리에 경기 부진, 원금과 이자 부담, 파산과 부도 등 암울한 통계투성이다. 금융권이 대출을 계속 풀기도 어렵고 정부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 이대로 끌고 갈 수도 없고, 야박하게 내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어떤 형태로든 옥석을 가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