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음료업체는 오렌지주스 원액 가격이 대폭 오르자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춰 구설수에 올랐다. 제품 하단에 '오렌지과즙으로 환원 기준 80%'라고 표시했지만 '오렌지 100%'라는 문구가 먼저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이런 폐해를 덜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들고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관계부처,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과 간담회를 열고 사업자가 단위가격·용량·규격 등을 변경할 때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슈링크플레이션은 실질적인 가격인상을 감춘 일종의 기만적 행위로, 소비자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엄중하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73개 품목으로 구성된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209개 가공식품에 대한 실태조사를 이달 말까지 진행하고, 내달 초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조사대상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23일부터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에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설치해 대국민 제보도 접수한다.
소비자들에게 용량 변경 사실 등을 널리 알려 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그런데도 고지 의무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과징금 부과와 같은 회초리도 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슈링크플레이션 등은 물가상승 압력이 크기 때문에 생기는 편법이다. 물가상승은 기본적으로 통화적 현상이다. 정부가 애초에 물가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통화관리를 좀 더 엄격하게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