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동결된 공동기금 두고 EU와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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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애초 7~8일 중국에 체류할 예정이었지만, EU-중국 정상회담 첫날 일정만 마친 뒤 헝가리 문제 논의를 위해 벨기에로 일찍 복귀하기로 했다. EU 당국자는 중국에는 도·감청 위험 없이 EU 정상들과 통화할 수 있는 안전한 전화선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7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파리에 초청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과 오르반 총리가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마크롱 대통령은 여전히 오르반 총리가 우크라이나 EU 가입을 지지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르반 총리는 전날 미셸 상임의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14~15일 개최되는 EU 정상회의 의제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 개시 안건을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EU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가입 협상 개시에 대한 27개국의 잠정 합의를 끌어내, 본격적인 협상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또다시 헝가리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EU 가입 협상 개시를 위해서는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500억 유로(약 70조9000억원)의 추가 예산을 배정하는 데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로 알려진 오르반 총리는 그간 EU의 대러 제재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도 번번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에는 전쟁 중인 국가와 가입 협상을 해선 안된다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식어가고 있는데 헝가리의 몽니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다만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헝가리가 EU와의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으며, 타협점을 찾으면 우크라이나 가입에도 동의할 것이란 낙관론을 내놨다. EU는 지난해 9월 헝가리가 법치주의 확립과 부패 척결을 위한 개혁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며 5억 유로의 코로나19 경제 회복기금 지원을 무기한 보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