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조영기 칼럼] 로테크 제품도 경제안보 대상!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31211010006218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3. 12. 11. 18:21

2023092601002828000161271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로테크(low-tech) 제품은 대부분 원가부담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을 기피하는 제품들이다. 이 제품은 중국산 원자재, 소재와 부품이다. 중국의 수출통제가 2년 만에 다시 대란 조짐을 보인다. 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면서 중국이 공급망의 주도권을 쥐도록 해주었다. 특히 로테크 제품이 산업계 전반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로테크 제품의 반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2년 전 발생한 '요소수 대란'이 다시 재연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전략적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에 특정 국가에 수입의존도가 과도하게 편중된 절대의존품목에 대해 보고했다. 절대의존품목은 1000만 달러 이상의 수입품목 중 특정 국가 의존도가 90% 이상인 제품들이다. 올해 1~10월 절대의존 품목은 393개라 한다. 이 중 중국 의존도가 90%가 넘는 품목은 216개 품목으로 전체의 55%에 달하며, 일본 13%, 미국 9.4%다. 중국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이차전지 생산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의 대중국 의존도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 원자재인 희토류 79%, 불화수소 62%, 네온 81%, 제논 64%이며,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희토류 영구자석은 86%다. 이쯤 되면 중국은 언제라도 자원 무기화에 나설 채비를 모두 갖춘 상태라 평가하는 것이 맞다. 바로 중국의 로테크 산업이 한국의 하이테크 산업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 수위(red-line)를 넘어도 한참을 넘어섰다.

이미 중국은 우리 산업의 핵심 원자재에 대한 수출 보고를 의무화했다는 불길한 소식도 들린다. 물론 중국은 자국 내 수급 애로에 대비한다는 그럴듯한 이유(?)로 수출 통제를 정당화하고, 순차적으로 통제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즉 8월 갈륨과 게르마늄, 11월 희토류, 12월 흑연이 수출제한 품목에 포함되고 통제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자원 무기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상대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물론 중국은 수출제한 조치는 미국의 첨단산업 제재에 대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변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통제 조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신냉전 이후 중국의 수출통제를 통한 자원무기화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2년 전 '요소수 대란'의 교훈은 특정 국가(특히 중국)에 과도한 의존에서 탈피해 안정적이고 실효성 있는 '공급망 자립전략'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즉 절대의존품목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와 원자재 비축대책,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지원정책 등이다. 그러나 저가 제품에 길들여진 우리의 생태계는 스스로 자원무기화의 수렁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미봉책에만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경고를 경고로 인식하지 않는 우리의 나쁜 습속(習俗)이 자초한 위기라는 비판에서 비켜갈 수 없을 것 같다.
대외 절대의존품목 중 로테크 제품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지만, 원가부담이나 환경오염 때문에 국내생산을 기피하는 품목이며, 수입액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의 공급애로가 산업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저(低)기술이고 수입규모가 작은 제품이라고 해서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특히 1개 국가에 자원의존도가 극히 높은 경우에는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상대국의 선의에 의존하다가는 제품(자원)의 무기화의 역습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품목들은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새로이 접근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안보는 기술의 고저(高低)에 의존해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이 판단을 근거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화의 출범과 함께 공급망은 부가가치(value added) 창조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때 공급망 구축은 경제적 효율성이 핵심적 선택의 기준이었다. 그래서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off-shoring)했다. 그러나 21세기 초반 중국의 부상으로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신냉전이 도래했다. 신냉전으로 경제안보 이슈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경제안보는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정치적 가치(value)도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다. 따라서 세계 공급망은 국가의 가치(=정체성)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자연스럽게 '자원(=제품) 무기화'의 현상이 대두하게 되었다. 이는 경제와 안보의 결합이 불가피한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이제 우리는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를 방지하려면 경제안보 시대에 걸맞은 전략적 방략(strategic craft)을 마련하여야 한다. 우선 과도한 대중국 편향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전의 시대로 회귀하면서 제국주의(=중화주의)의 본성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화주의의 본성은 이웃 국가를 상호공존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지배-종속의 관계로 본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중국 편향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정교한 '공급망 자립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 계획의 성공은 기업-학계-정부가 합심하여 치밀하고 정교한 산업별 광물별 공급망 지도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공급망 지도를 바탕으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협력(friendly shoring)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의존 핵심물자에 대한 충분한 국내 생산과 비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아무런 예고나 설명도 없이 일방적 수출규제를 반복하는 중국에 대해 우리도 대중국 수출규제로 협상력을 제고할 수단과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다음 중국의 국제교역 질서 훼손 행위와 부당한 횡포에 대해 당당히 대응할 한미, 한일의 통상외교 강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