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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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과 독일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 행위와 관련해 조치를 취해야 할 때가 왔다"며, 회원국들에게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를 제재하는 방안을 정식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EU가 현재 회원국들과 협력해 서안지구에서 폭력 행동을 저지른 이스라엘 개인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이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서방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린 헤이스팅스 유엔 팔레스타인점령지구 인도주의 조정관은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올해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폭력 수준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면서, 서안지구에서 살해된 팔레스타인인은 올해에만 464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스라엘 극단주의자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의 대표적 우방국 중 한 곳인 독일을 포함해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등 EU 회원국들도 일부 이스라엘 정착민에 대한 자산 동결 및 비자 제한 등 제재 조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날 점령지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은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6일 이스라엘 정부가 동예루살렘에 1700여채의 새 주택을 건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국제사회의 비난이 더욱 거세진 바 있다.
유엔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서안지구 내 정착촌 건설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뒤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해 유대인을 대거 이주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비정부기구(NGO) 피스나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안지구 인구 300만명 가운데 이스라엘 주민은 46만5000명을 차지한다.
아울러 보렐 고위대표는 "가자지구 내 건물 파괴 수준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도시들이 겪었던 것보다 심하다"면서 하마스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이 믿기 힘든 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측 집계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인은 1만8200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