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래 소비자를 비롯한 식품업계, 정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물가'다. 한데 물가와 관련해 일부 주류도매업체에서 아전인수의 모습을 보였다. 앞서 하이트진로 등 주류기업들은 주류제품 출고가를 6~7%가량 인상했다. 이에 지난달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출고가가 올랐음에도 물가안정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주류 도매가를 '동결'하겠다고 결의했다. 하지만 결의가 무색하게 바로 다음날부터 도매가격을 올리는 업체가 속속 등장했다. 결과적으로 도매사의 납품가 인상 폭은 병당 200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최근 물가 안정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십시일반의 자세로 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시작은 정부다. 국세청은 소주, 위스키 등 국산 증류주에 세금부과를 줄여주는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했다. 높은 세금에 아우성치던 주류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먼저 양보한 것이다. 주류기업도 동참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진로 등 제품 출고가를 10.6% 낮췄다. 본래 내년부터 적용 예정이었으나 22일부터 선제적으로 인하한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처음처럼 4.5%, 새로 2.7% 출고가를 인하키로 했다.
정부와 기업이 움직였다. 하지만 도매업계가 행동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결국 소비자가 피부로 접하는 물가는, 공장에서 주류를 공급받아 식당·주점에 납품하는 도매 단계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젠 도매업계가 움직여야 한다. 주류기업이 정부의 노력에 화답해 재차 인하를 감행한 것처럼, 도매업계가 주류기업에 답할 차례다. 만회가 늦지 않았다. 이미 인상을 진행했더라도 모두를 위해 번복한 인하를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다. 일반(一飯)이 아닌 일주(一酒)까지 아홉 숟가락이 모인 지금, 도매업계가 마지막 한 술을 넣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