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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형 대출 그림자…보험 깨고 카드 빚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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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기자

승인 : 2024. 01. 3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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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자 진모(40)씨는 6년 정도 가입한 생명보험을 중도 해지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당장 갚아야 할 이자는 불어났는데, 외벌이로 아이들을 키우려면 생활비가 빠듯했기 때문이다.

#. 직장인 이모(28)씨는 카드론 상환일이 다가오자, 대환대출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 월급으론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취업 후 처음 카드론을 이용했지만, 고물가에 제 때 대출금을 갚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중·저신용자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계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불황형 대출'인 보험계약대출과 카드론(신용카드대출) 잔액이 증가한 가운데 대출금을 갚기 위해 보험 계약을 중도 해지하거나, 카드론 대환대출로 빚을 돌려막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부 규제로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가계부채는 민간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성장을 제약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가계 부채를 더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31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약 70조원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비 5조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드론 잔액은 약 39조원으로 10조원이 불어났다.

이 두 가지 대출은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금리가 높지만 은행과 달리 별도의 심사 절차가 없어 취약차주가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올 1월 금리확정형 기준 생명보험사들은 연 4.23%~8.54%를 적용하고 있다. 작년 12월 기준 8개 카드사들의 평균 카드론 금리는 연 14.61%로 전월 대비 0.15%포인트 올랐다.

더구나 대출금을 못 갚아 보험을 해지하거나 대환대출로 카드론을 상환하는 이들마저 늘고 있다.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3.0%를 기록했다. 8년 만에 최고치다.

작년 9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해지환급금은 34조원으로 2019년 대비 7조원이 증가했다. 해지환급금은 가입자가 중도에 보험을 해약할 때 보험사로부터 운영비 및 해약공제액 등을 제하고 돌려받는 금액을 말한다.

지난해 9개 카드사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6274억원으로 2021년 대비 7239억원 늘었다. 대환대출은 카드사가 카드론 연체고객을 평가한 뒤 다시 대출을 내주는 상품으로, 기존 카드론보다 금리가 높고 신용등급은 떨어진다.

고물가 지속으로 가계 실질소득이 줄면서 빚의 악순환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과도한 가계부채는 민간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대기업이 성장해야 중소기업·가계 이익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가계 부채관리와 함께 세제 지원을 통해 기업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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