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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일랜드 통합을 지향하는 정당 신페인의 미셸 오닐 부대표는 이날 북아일랜드 신임 총리에 임명됐다. 신페인은 2022년 5월 자치의회 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해 총리 지명 권한을 확보했지만, 친영국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이 연립정부 구성을 거부해 발생한 행정부 출범 지연 사태가 약 2년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북아일랜드는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에 따라 민족주의 정당과 연방주의 정당이 함께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데 DUP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예상되는 무역 장벽을 문제삼으면서 연정을 지연시킨 바 있다.
오닐 총리는 이날 총리직을 수락하면서 "오늘은 새로운 새벽을 맞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나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섬기고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의 부모, 조부모 세대에서는 올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날"이라고 말했다. 1977년생인 오닐 총리는 정계 입문 후 2007년 북아일랜드 의회 의원에 당선됐고 농업·농촌개발부 장관과 보건부 장관 등을 역임한 뒤 2017년 마틴 맥기네스 신페인당 대표가 사임하면서 당을 이끌게 됐다.
오닐은 민족주의자이면서도 과거 무장 투쟁 시절의 남성 중심적이고 독단적인 정치적 분위기와 대비되는 부드러운 정치 스타일로 젊은 층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오닐의 아버지는 아일랜드의 독립을 주장하며 분리주의 무력투쟁을 벌이던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일원이었지만, 오닐 자신은 무장 투쟁 대신 평화를 강조해 왔다.
오닐이 이끄는 신페인 당 역시 통일된 아일랜드라는 열망을 내세우는 대신 브렉시트 충격 후 급등한 물가에 대응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10대에 딸을 출산해 지난해 손주까지 얻은 오닐은 앞서 자신의 단단함이 10대 때 엄마가 됐기 때문이라며 "나는 어려움에 부닥치는 것이 무엇인지, 학교에 다니면서 집에서 아기를 키우고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일랜드계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닐 총리 임명에 축하의 뜻을 전하며 "지난 수십년간의 큰 진전을 계속하는 연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머니가 아일랜드계이고 부계도 아일랜드 혈통이 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