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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행복한 가족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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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정연 기자

승인 : 2024. 02. 05. 16:38

이정연_증명사진
경제정책부 이정연 기자
"아무리 힘들어도 이불 속에서 까르르 웃는 아이들 얼굴을 보면 금세 힘든 것도 사라져요."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30대 부부의 말이다. 요즘같은 세태에 어울리지 않는 말인 듯 하지만 대개 현실에서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 자녀를 기르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힘들지만) 낳아봐야 그 기쁨을 안다'고들 말한다.

반면 온라인 속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은 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 하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위기 가정에 대한 모습들, 아니면 TV프로그램 속에 비춰진 연예인들의 초호화 신혼·육아 모습에 '차라리 안 하는 게, 안 낳는 게 낫지'라는 무기력함이 엿보인다.

문제는 아이를 키우는 현실이 힘들다는 부모들의 자조 속에 숨겨진 행복과 기쁨에 대해선 사회가 공평하게 묻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가 어렵고, 여성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도 여전히 힘든 사회지만 분명 숨겨진 행복이 있다고들 하는데, 이 같은 점에 대해선 청년들 대부분 알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게 현실이다. 여론을 조성하는 미디어도 이 같은 이면에 대해선 잘 조명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저출산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절박함과 함께 '결혼은 불행'이라는 강한 확증편향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상 3억원이 넘는 평균 결혼비용을 생각했을 때 이를 당장 마련할 수 있을지 두려운 청년들 입장에선 스스로 결혼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을 받아들이기보단 결혼하기 싫은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이상적인 롤모델은 부재한데, 결혼이 불행할 수 밖에 없는 근거들은 너무나 선명하고 명확해서다.
"우리 땐 단칸방에서 시작했어"라는 어른들의 단언보단 나의 현실과 비슷한 상황의 또래들의 "결혼해보니 너무 행복하더라"라는 얘기가 필요한데, 이같은 서사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결혼은 불행이라는 선명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지우는 데 정책당국자들의 혜안이 모여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혼이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부부의 '행복'에 귀 기울여볼 수 있는 미디어가 필요하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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