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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매체 리버라시옹과 웨스트프랑스는 4일(현지시간) 중대형 자동차의 파리시 주차요금을 최대 세 배까지 인상하는 방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에서 찬성한다는 의견이 54.55%로 반대 입장보다 더 많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표는 파리시민 13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투표 참여자는 7만8000명이었다.
이번 투표는 2014년부터 파리시장직을 맡고 있는 안 이달고 시장의 공약 중 하나로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보행자 보호의 목적도 있다. 악사스위스의 사고 조사관인 베티나 자흐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 크고 무거울수록 사고 시 충격도가 커진다"며 "교통사고가 발생할 시 무거운 차량의 경우 보행자 치명률에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2020년 재임에 성공한 안 이달고 시장은 이미 주민투표를 통해 유럽 최초로 전동스쿠터 대여를 금지한 바 있다. 또한 센강 양안을 보행자 전용거리로 만들고 기존 주차장을 녹색화하는 등 친환경적인 파리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투표 안건에 따르면 주차요금을 최대 세 배로 인상하는 차종 대상은 차량 무게가 1.6톤 이상인 내연기관 차량, 2톤 이상인 전기자동차 등이다. 에마뉘엘 그레고아 파리시 수석 보좌관은 "파리에 거주하는 시민이나 장애가 있거나 자영업자의 경우 주차요금 인상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절반 이상의 찬성표를 받은 파리시 주차요금 인상안은 곧 시청으로 넘어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투표 결과가 정책으로 현실화된다면 파리시 주차요금은 1~11구 기준 시간당 18유로(한화 2만6000원), 12~20구 기준 시간당 12유로(한화 1만7300원)로 인상된다. 만약 파리시 야외 주차장에 6시간가량 주차했다면 150~225유로(한화 21만~32만원) 상당의 주차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날 투표장에 나타난 24세 젊은 파리지앵 알렉상드르는 "파리에서 몸집이 큰 차를 소유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번 주차요금 인상으로 큰 차 사는 사람들이 적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파리 밖 51만명이 거주하는 프랑스 중부 대도시인 리옹에선 이미 차량 무게로 주차요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정책이 현실화 단계에 있다. 파리, 리옹뿐만 아니라 25만명이 거주하는 보르도와 16만명이 거주하는 그르노블에서도 중대형 차량의 주차요금을 인상하는 사안이 논의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