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종교 전쟁…알아크사 사원으로 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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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 매체 채널 13은 네타냐후 총리가 다음달 10일께 시작될 라마단 기간 아랍계 주민들의 알아크사 사원 방문을 제한하자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을 비롯한 동예루살렘 성지의 질서유지 담당 경찰조직을 관할하며, 이스라엘 연정 내 대표적 극우성향 인사로 꼽힌다.
아랍계 주민들의 이슬람 성지 방문을 제한할 경우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 경찰 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스라엘 내부에서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는 벤-그비르 장관의 제안을 승인했다고 채널 13은 보도했다.
특히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기관의 의견을 피해갔다며 "이 때문에 우리는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전시내각에 참여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도 "이것은 통합도 아니고 내각도 아니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내 정보기관인 신베트는 이번 결정이 이스라엘 건국으로 예루살렘을 둘러싼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1948년보다 더 위험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마단은 이슬람교에서 천사 가브리엘이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가르친 달로, 이슬람교도는 이 기간 낮에 금식하며 신성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이스라엘 경찰이 질서유지를 명분으로 제약을 가하는 경우가 많아, 이 기간만 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간 갈등이 더욱 고조된 바 있다.
네탸나후 총리의 결정에 대해 하마스는 "급진적인 이스라엘 정치인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벌이는 시온주의 범죄이자 종교 전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사원에서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했다"면서 "알아크사 사원에 대한 공격을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루살렘, 서안지구,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의 '범죄적 결정'에 저항해 알아크사 사원으로 향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습 강행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팔레스타인인의 종교활동까지 제한하고 나서면서 가자지구 휴전은 더욱 멀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