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자 통합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국민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바람도 불지 못했다. 양측의 결별은 총선 주도권 다툼 탓이다.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총선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 권한이 위임되자 이낙연 공동대표 측이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결별하고 말았다.
상세한 결별 경위나 이유가 어찌 됐든 불과 11일 만에 합당을 철회한 것은 여간해서 납득하기 힘들다. 정치라는 게 본디 협상과 중재, 타협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양측의 이런 결정은 우리 정치사 측면에서 흠결이 아닐 수 없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하더라도, 양측이 공인으로서 보여준 행동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합당의 속성상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물밑에서 당사자 간 합의가 완전히 끝나야 마땅한데 이렇게 서둘러 합당하고 쫓기듯 결별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 공동대표의 말대로 부실한 통합 결정이 낳은 결과다.
정치권은 이런 식의 어설픈 '묻지마' 통합을 되풀이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략적으로 이합집산 하는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힘쓰기 바란다. 서로를 비난하고 특정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고 배제하는 그런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음을 이번 기회에 꼭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