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유고슬라비아연방이후 세계 최초
|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4일(현지시간) 개최된 상·하원 합동회의는 낙태권을 명시한 역사적인 헌법개정안을 찬성 780 대 반대 72표로 승인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 1월 개헌안을 압도적으로 승인했고, 상원은 지난 달 28일 법안을 채택했다. 양원 합동회의에서 개헌안을 통과시키려면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이날 찬성표는 의결 정족수인 512명보다 훨씬 많았다.
개헌에 따라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런 헌법 개정 움직임은 미국이 1973년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2022년 폐기한데 대한 우려에서 시작됐고, 낙태권을 돌이킬 수 없는 권리로 헌법에 못 박아 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에서 낙태는 1975년 이래로 허용돼 왔으며 정파를 떠나 여성의 권리로 인정돼 지지를 받아왔다. 극우정당 국민연합(NR)을 이끄는 마린 르펜 대표도 국민연합이 개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 이후로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한 첫 국가가 됐다.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로 분할되기 전 옛 유고연방은 1974년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했다. 유고연방 해체 이후 세르비아는 이 정신을 계승해 "모든 사람은 아이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고 2006년 헌법에 기록했다.
헌법개정안 표결에 앞서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양원 의원들에게 "우리는 역사를 바꿀 기회를 맞았다"며 프랑스를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고 지키는 리더로 만들자고 말했다.
헌법개정안이 통과되자 베르사이유 궁전 홀에서는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여성 의원들은 환호했다. 파리 시내 곳곳에서도 시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여성 인권의 진전을 축하했다.
프랑스에서 개헌은 매우 드물기도 하고 지난한 작업이다. 1958년 제정된 뒤 17차례 개정됐다. 마지막 개정은 2008년으로 의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시민들에게 헌법재판소에 불만을 제기할 권리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