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해 우리와 가까운 일본은 세계 최고 병원 15개 가운데 절반이 수도권 이외 지역에 분포해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의사 지역정원제' 등을 통해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에 꾸준한 인적·물적 투자를 한 덕분이라고 한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길을 걷고 있기에 국가 균형 발전과 지방 의료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서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을 밝힌 것은 의미가 매우 각별하다.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전국에서 서울 '빅5 병원'으로 몰리는 발길을 지역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지방 국립대병원 교수를 현재보다 2배 가까이 늘리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으니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의료계가 강 대강 힘겨루기만을 하고 있어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이 더 커지고 있음에도 갈등을 해결할 돌파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아 걱정스럽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이 타협 대상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소득 증대로 의료 서비스 향상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의료진 규모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정부에 맞서려는 태도는 여론에 반하는 것이다. 의료 현장에 복귀한 뒤 목소리를 내는 게 순리다. 정부는 파업 중인 의료인을 감싸 안는 정책을 택해 국민 모두가 주거지 가까운 병원에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춰 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