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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일간 리아노보스치지 보도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수도 예레반 국제공항에서 아르메니아 국경수비대가 오는 8월 1일부터 러시아 국경수비대를 대신해 보안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파시난 총리는 성명을 통해 "국가 주권 영토와 관해 아르메니아가 제기한 질문에 러시아 당국이 답변하지 않을 경우 CSTO를 탈퇴할 것"라고 강조하면서 러시아와의 조약에 따라 1992년부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소속의 국경수비대원들이 수도 예레반 공항에서 수행하던 보안업무를 자국 군으로 이전하는 배경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아제르바이잔은 '대테러 작전'이란 명분을 내세워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대해 폭격을 퍼붓는 등 군사작전을 펼쳐 나고르노-카라바흐 중심 지역을 장악하고 주권회복과 승리를 선언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되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약 80%(약 12만명) 거주하고 있어 지난 30여년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당시 아르메니아는 즉각 항의했으나 그 동안 두 나라간 분쟁을 중재해왔던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 손을 들어줬고, 아르메니아는 아르메니아계 주민 이민을 받아들인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손을 놓았다. 소련 붕괴 이후 30년 넘게 이어져 온 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사실상 승리한 셈이다.
이에 크게 반발한 파시냔 총리는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CSTO 정상회담에 불참하고 러시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CIS(구 소련권 독립국가연합) 국제협의체이자 안보협의체인 CSTO 탈퇴를 시사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반러·친서방적 행보를 시작함과 동시에 미국·유럽과 군사기술협력을 위한 민간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서방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모양새지만, 근본적으로 아르메니아 제2의 도시인 귬리에는 러시아군 3000여명이 군사기지에 주둔해 있어 실효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러시아 당국도 아르메니아의 반발에 무신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르메니아 당국이 예레반 국제공항 주둔 러시아 국경수비대 철수를 공식 요구한 지난 4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피시냔 총리와 접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국경수비대 철수를 공식화한 이날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당국은 예레반 국제공항에서 러시아 국경수비대가 철수했다는 서한을 받았으며 부서 간 접촉은 지속될 것"이라 짧게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