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수 증가에 발맞춰 올 2월 극장가의 전체 매출액 역시 전년 동월 대비 60.1%(415억원)가 늘어난 1105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펜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회복세는 더욱 뚜렷하게 읽힌다. 2017~2019년 2월 전체 매출액 평균(1458억원)의 75.8% 수준을 회복한 수준이며, 전체 관객수 또한 이 기간 평균(1767만명)의 64.8%까지 올라온 것으로 조사됐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한국 액션 프랜차이즈물을 각각 대표하는 '쿵푸팬더4'와 '범죄도시4'가 초순과 하순에 차례로 개봉할 다음달과 5월까지 지금의 봄 기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당장의 호황에 취해 안심하고 어깨춤을 추기에는 많이 일러 보인다. 보고서가 말해주듯 극장가 불황의 유일한 타개책이나 다름없는 양질의 극장용 콘텐츠를 우리 영화계가 계속 뽑아낼 수 있을지 믿음보다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최근 만나본 영화인들 대부분은 본업인 영화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용 드라마 제작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것처럼 보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드라마 기획안을 받아들일지에만 사활을 걸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듯한 표정이었다.
OTT를 통한 작품 관람이 일반화되면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극장 개봉 영화의 수익성까지 크게 악화된 마당에 영화인들을 상대로 본업에만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능력있는 시나리오 작가 등 영화의 퀄리티를 책임지는 주요 스태프가 OTT용 드라마로 활동 무대를 옮기면서 영화 쪽에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완성도 높은 기획안일수록 극소수의 OTT업체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용 킬러 콘텐츠가 계속 나오길 바라는 건 문제"라는 한 영화 제작자의 토로처럼, 노력과 투자없이 극장에서의 '대박'을 꿈꾸는 것 역시 무리다.
돌이켜보면 한국 영화산업은 늘 위기였다. 이렇게 수없이 반복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주인공들은 정부도 대기업도 아닌, 현장의 영화인들이었다. 극장가에 생기를 불어넣는 양질의 콘텐츠 생산 여부는 결국 영화인의 손에 달려있다는 걸 다시 한번 명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