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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선거와 정치 지도자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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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기자

승인 : 2024. 03. 26. 20:34

김현민(1)
선거전은 말로 하는 전쟁이다. 정치인의 입은 그 전쟁터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허용되는 무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는 자충수를 두는 모양새를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후보들의 입을 엄격하게 단속해 왔다. 서울 강북을에 공천한 정봉주 전 의원이 과거 방송에서 DMZ(비무장지대)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에게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고 한 발언, 조계종을 '생선 썩은 비린내 진동하는 곳' 그리고 '북한 김정은 집단'이라고 지칭한 것 등이 문제가 됐다. 이어 정 전 의원이 지뢰 피해 장병에게 직접 사과했다는 입장문이 거짓말인 것으로 확인되자 민주당은 공천장을 회수했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 공천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발언에도 단호하게 대응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8일 한 방송에서 함께 출연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저희랑 정세 인식이 똑같아서 나중에 명예당원으로 모셔야겠다"고 하자 "이중당적은 안 되니까 명예당원은 좋다"고 화답했다. 민주당은 이를 해당행위로 간주해 엄중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처럼 구성원에 대한 '입단속'은 철저히 하면서 정작 지도부 수장의 입을 단속할 방도는 없어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충남 당진 유세 현장에서 "중국과 대만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 무슨 상관있나. 왜 중국을 집적거리나"면서 양손을 맞잡고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고 말했다가 굴종적 사대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음 날 경기 의정부 유세에서는 국민의힘의 경기북부 분도 공약을 겨냥해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분도를 즉시 시행하면 여러분은 '강원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언해 강원도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이 대표는 수장의 말 한마디로 당이 휘청였던 과거를 인지하고 있을까. 2004년 17대 총선,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20~30대 투표를 독려하는 취지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논란은 수습되지 못했고 그는 선거대책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 22번 자리를 내려놨다. 200석까지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던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과반을 획득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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