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앉아 작품 감상하는 파란 의자, 끌어안는 조각작품 등 '눈길'
|
장애인 예술가들이 참여한 전시 '여기 닿은 노래'가 열리고 있는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을 찾으면 이러한 문구가 써져 있는 파란 의자를 발견할 수 있다. 몸이 불편한 관객에게는 서서 전시를 보는 것이 꽤 고단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우리 여기서 환영받는 거 맞죠,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이 파란 의자는 전시장 1, 2층에 각각 2개 씩 놓여 있다. 피네건 샤논과 라움콘의 멤버 Q레이터(이기언)가 협업한 결과물인 이 작품은 관람객이 앉아서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배치됐다.
전시장 1층에 놓인 파란 의자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라움콘의 '과정의 과정'이 보인다. Q레이터와 송지은 부부 작가로 구성된 라움콘은 뇌출혈을 겪은 Q레이터가 최소한의 돌봄으로 일생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한 손 그릇', '한 손 장갑' 등을 제작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을 제작하기까지의 돌봄과 협력 과정을 보여준다.
아르코미술관이 위치한 혜화역과 마로니에공원 일대에는 자신의 존재와 권리를 알리는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자주 울린다. 미술관 측은 이들의 목소리가 미술관에 와 닿았다는 의미를 담아 전시 제목을 정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미정 큐레이터는 "주체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 주목하고자 장애예술, 배리어 프리 등 장애와 비장애를 이분하는 단어 사용 및 작품 설명을 지양했다"면서 "전시에는 장애인들이 직접 낸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
김은설 작가의 3채널 비디오 '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언어'도 독특한 작품이다. 세 명의 농인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그들의 목소리가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다. 하지만 화면에 등장하는 세 명은 서로에게 집중하고 소통의 어려움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밖에도 직접 가보지 못하는 풍경을 사진 등으로 접한 뒤 동판을 두드려 제작한 김선환의 '무등산', 작가 한영헌이 자신이 직접 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나 지인들에게 정성스럽게 쓴 편지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
김 큐레이터는 "장애인들이 타로 마스터가 된다거나 훌라춤을 가르쳐주는 연계 프로그램이 있다"면서 "이번 전시는 장애인들이 창작자이자 능동적인 미술관의 사용자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