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 운치에 새소리, 연주자들 농담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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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후 다섯 시 반, 서울 안국동 윤보선가는 운치 넘치는 클래식 공연장이 됐다. 삼삼오오 공연장을 찾은 이들은 도착 순서대로 자리를 맡을 수 있어서인지, 일찌감치 줄을 서가며 입장했다. 앞쪽에 나무 그늘이 있는 자리가 인기 있는 자리로 보였다. 야외 음악회다 보니 선글라스를 쓰거나 모자를 쓴 관객도 꽤 있었다.
이날 음악회는 플루티스트 윤혜리와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간단한 해설과 함께 무대를 열었다. 쇼팽의 '로시니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오페라 신데렐라 중 더 이상 슬프지 않아' 연주를 앞두고 윤혜리는 "아주 귀여운 곡"이라고 운을 떼며 "쇼팽이 아마추어 플루티스트였던 아버지를 위해 썼다. 화려한 기교의 곡으로 연주자에게도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산뜻한 플루트 연주로 시작된 음악회의 다음 배턴은 국내 정상급 현악 4중주단인 '노부스 콰르텟'이 받았다. 바이올린 김재영 김영욱, 비올라 김규현, 첼로 이원해로 구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2023 시즌 유서 깊은 영국의 공연장 위그모어홀 상주음악가로 활약하는 등 한국 음악계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단체다.
푸치니가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하룻밤 새에 작곡했다는 현악 4중주곡 '국화'가 울려 퍼지자, 쓸쓸하고 처연한 음색이 귓가를 휘감았다. 과연 노부스 콰르텟이라고 할 만한 고급스러운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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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택음악회는 '기념일'을 주제로 진행됐다. 쇼팽 서거 175주년, 푸치니&포레 서거 100주년, 드보르자크 서거 120주년, 슈트라우스 서거 125주년,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곡들이 연주됐다. 음악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에는 따가운 봄볕도 누그러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야말로 축복 받은 날씨 속에 첼리스트 조영창, 호르니스트 에르베 줄랭,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양정윤 등 쟁쟁한 실력파 연주자들의 멋진 연주가 펼쳐졌다.
노부스 콰르텟의 스메타나 현악 4중주 제1번 '나의 생애에서'를 마지막으로 고택음악회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5월 5일까지 계속 된다. 축제는 그야말로 클래식 초심자부터 마니아까지 두루 아우르며 실내악의 묘미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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