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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TV 등 현지 언론은 7일(현지시간) "이번 주부터 주요 대형마트에서 브라질 식빵의 판매가 시작된다"며 정부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식빵은 최근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아르헨티나 식탁에서 자취를 감춘 대표적인 식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는 정권 교체로 정부의 소비자물가 통제가 풀린 틈을 타 생산업자들이 가격을 마구 올리면서 식빵 1줄이 3800페소(약 5000원)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100% 이상 오른 가격이다. 식빵 가격이 치솟자 경제부는 브리핑을 열고 "브라질에서 식빵을 수입해 가격안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경제 신봉자로 자처하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아르헨티나는 수입규제를 과감히 풀고 있다. 중앙은행과 국세청 등을 앞세워 수입허가를 내주지 않고 외환유출을 막겠다며 수입대금 환전을 제한했던 전임 페론당 정부와 대조적이다.
규제가 풀리면서 마트업계는 외국 공급업체에 졌던 수입대금 빚을 청산했다. 마트업계 소식통은 "환전과 송금이 막히면서 해외에 졌던 빚을 해결하고 거래가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빚을 청산한 업계는 수입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다. 12월까지 총 3단계에 걸쳐 수입을 확대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수입식품은 아르헨티나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중량 170g짜리 생선통조림의 경우 아르헨티나산은 3699페소에 판매되고 있지만 에콰도르에서 수입한 동일한 상품은 985페소에 팔리고 있다.
마트업계 소식통은 "정부가 수입규제를 풀어준 뒤로 브라질, 우루과이 등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회원국뿐 아니라 멕시코, 에콰도르 등지로부터도 식품 수입을 재개했다"며 "앞으로 아시아 등지로 공급지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르헨티나 산업계는 정부의 시장개방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산업계의 최대 이익단체인 공업연합(UIA)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런 식으로 시장을 열면 국내 산업이 초토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통계청이 집계한) 물가상승률보다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린 업체가 많았다"며 "(수입으로) 공급을 늘려 대응하는 건 원칙에 따른 정당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월간 기준으로 1월 20.7%, 2월 13.2%, 3월 11% 등 매월 두 자릿수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최고 9%를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예상이 적중한다면 소비자물가는 6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게 된다. 정부의 정공법이 느리지만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간 기준으로 지난 3월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은 288%를 찍었지만 월간 기준으로 보면 물가상승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인플레이션 둔화는 더욱 가시적이 될 것이며 둔화의 폭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