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선원 준한스님 번역자로 나서 영문 번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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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동시집을 표방한 이 시집에는 '연꽃 도둑', '연등행렬', '스님과 개구리', '범종 소리', '도토리', '드렁칡 아래서 낮잠을', '땅강아지' 등 총 60편이 실렸다. 시집에는 최 시인이 직접 그린 삽화 60점도 담겼다.
스님들의 생활, 절에 있는 신비로운 사물들, 절을 둘러싼 대자연 속의 생명체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시집은 자연과 어우러진 절 풍경을 서정적으로, 때로는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부처님 말씀이 담긴 책을 /염소가 우물우물 씹어먹는다// 아니 이 놈이 / 부처님 말씀을 / 혼자 다 먹네 // 옴 / 옴매"(시 종이책을 먹는 염소 전문)
최 시인은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거나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는 외국인들도 함께 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에 영문 번역을 맡겼다. 번역자로 나선 것은 숭산스님의 손상좌인 홍대선원의 준한스님이다.
9일 조계사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최 시인은 "평소 숭산스님을 존경했다. 그분의 선시를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준한스님은 직접 뵙지는 못하고 영상으로만 접했는데 동심이 살아 있는 분이라고 느껴졌다. 그런 분이 번역에 나서주신 것에 감사하며 직접 뵙게 될 때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마음은 부처님이 주신 선물이다. 그 마음으로 나는 시를 쓰고 그 마음으로 새들은 지저귀고 그 마음으로 꽃들은 피어난다"며 "절은 부처님의 마음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그곳의 신비스러운 사물들, 그곳에서 스님들의 생활, 그리고 사찰을 둘러싼 대자연 속의 천진스러운 생명체들을 떠올리면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보았다"고 시인의 말에서 밝혔다.
그는 "'불교 동시' 책은 (그동안) 없었던 것 같다"며 "제가 낸 책 중에 가장 아름다운 책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이 산에 있다 보니 속세의 낮은 곳에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인연을 맺는 작업이 적은 것 같았다. 어떻게 다가가면 어린이들이 재미있어할지 생각했다"고 불교 시집을 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최 시인은 선불교의 짧은 문답이 시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됐고 20대 때는 출가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성당에도 절에도 다니지 않는 무소속의 영혼으로 시집을 내고 있다"며 자신이 불교 신자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