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간섭 배제"… 신냉전 기류 속 미국 경계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 등도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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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갈등보다 협력에 초점을 맞추자"며 양자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개입을 의식하며 양자 간 간섭 배제를 전제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난관이 있더라도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 모멘텀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며 "우리는 대외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그렇게 관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방중 전 출국길에서 '분명한 원칙'을 강조한 조 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바탕으로 사안·분야별로 균형 감각을 갖고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방문이) 양국 간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서 한중관계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며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양국 관계 제약 요인을 최소화하고 갈등보다는 협력에 초점을 맞춰 작은 일부터 하나씩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도 회담에서 "중·한 수교와 관계 발전이 시대의 조류에 부합하는 것이자, 인민의 뜻을 구현한 것"이라며 중·한 관계 발전의 당위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한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은 명확히 증가했는데 이는 우리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이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왕 부장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양국 수교의 초심과 선린·우호의 방향은 물론 상호 협력의 목표를 견지하고, 간섭을 배제한 채 마주 보고 가며, 우리가 힘을 합쳐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 이들 장관은 양자 관계를 비롯해 북핵 문제와 지역 정세 등을 논의했다. 이달 말 서울 개최가 유력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일정과 세부 의제 등도 협의했다.
양국 외교수장이 직접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후 처음이다. 당시 박진 전 장관은 왕이 부장과 만나 한반도 문제 등 각종 현안을 두고 의견을 나눈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