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독일계인데 독일과 불편한 관계 트럼프, 나치 연상 동영상 게재 후 삭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pho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522010011008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4. 05. 22. 05:04

트럼프, '통일제국의 탄생' 언급 동영상 '나치' 연상 비판에 삭제
바이든 "트럼프, 히틀러 언어 사용...패배시, 피바다될 것"
트럼프 캠프 "직원이 온라인상 동영상, 게재"
반(反)이민정책 트럼프 의중 반영한듯
US-VOTE-TRUMP-RHETORIC-POLITICS-LANGUAGE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게시된 동영상이 나온 스마트폰이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 앞에 놓인 일러스트로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찍은 것./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나치 독일의 제3제국(the Third Reich)을 연상시키는 '제국(Reich)'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선거 운동 동영상을 올렸다가 21일(현지시간) 삭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신문 스크랩과 함께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자신의 승리를 예상하는 '미국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가상 제목 아래 '통일 제국(unified reich)의 탄생'을 세차례 언급하는 30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진행한 대선 운동 연설에 "이 사람은 미국이 아닌 히틀러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 트럼프, '통일 제국의 탄생' 언급 동영상 올렸다 '나치 독일' 연상 비판에 삭제
이 동영상에는 1900년대 초의 신문과 같은 스타일의 기사가 여러 개 등장하며 '독일의 산업력', '힘을 통한 평화'에 관한 언급 등 제1차 세계대전 관련 보도에서 인용한 텍스트가 사용됐고, 화면의 텍스트는 제1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끝이 나열됐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재임 기간에 1500만명의 이민자를 추방할 것이라고 주장도 포함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 동영상의 또 다른 제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세계주의자(globalists)'를 거부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극우주의자들이 널리 사용하고, 학자들이 반유대주의의 신호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제국이라는 의미의 'reich'라는 독일어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reich'라는 단어는 미국에서 많은 사람이 나치의 '제3제국'을 명확하게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어 동영상에서 독일어로 쓰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독일 뉴스전문채널 ntv는 'reich'는 미국에서 스스로는 제3제국이라는 불렀던 나치 독일과 관련해 자주 사용된다면서도 다른 텍스트에서 복사한 일부 상용구가 포함된 이 동영상에는 제1차 세계대전도 언급돼 있기 때문에 1871년부터 1918년까지 존재했던 독일 제국에 관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동영상은 "독일의 산업력이 1871년 이후 통일된 제국의 탄생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내용이 나온다.

US-VOTE-TRUMP-RHETORIC-POLITICS-LANGUAGE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게시된 동영상이 나온 스마트폰이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 앞에 놓인 일러스트로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찍은 것./AFP·연합뉴스
◇ 바이든 "트럼프, 히틀러 언어 사용...패배시, 피바다될 것"
트럼프 캠프 "직원이 온라인상 동영상, 올린 것"
반(反)이민 정책 강조·반유대주의자 교류 트럼프 의중 반영 평가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히틀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며 "4개월여 전에도 '히틀러가 좀 좋은 일도 했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제기하는 위협은 첫 번째 임기 때보다 2번째 더 커졌다"며 "트럼프는 만약 그가 11월에 또 지면 피바다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하면 그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그다음 해 1월 6일 지지자들에게 연방의회의사당을 난입하도록 부채질한 것과 같은 유혈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앞서 제임스 싱어 바이든 캠프 대변인은 "트럼프가 권력을 다시 확보하면 '통일 제국'을 대상으로 독재자처럼 통치하겠다는 자신의 의도를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뉴햄프셔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어떤 사람이든 히틀러 치하 나치 독일과 연관된 콘텐츠를 홍보하는 것은 혐오스러우며 역겹고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말했다.

이에 대해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것은 선거캠프가 만든 동영상이 아니다"며 "온라인상 임의의 계정이 만든 동영상을 직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있을 때 올린 것이며 그 직원은 그 단어(reich)를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동영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낮 뉴욕에서 점심시간을 끝내고 맨해튼 법원으로 돌아오기 직전에 게재됐고, 이날 오전에 삭제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민자를 '해충'으로 비유하고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2022년 11월 가장 악명높은 백인 우월주의자의 한명으로 노골적인 반(反)유대주의자인 닉 푸엔테스와 래퍼 '예'(옛 이름 '카녜이 웨스트') 등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이에 따라 이번 동영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게재하지 않았고, 캠프가 제작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의 의중이 잘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부가 1885년 독일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독일계다. 다만 그는 대통령 재임 기간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고, 스코틀랜드에서 1930년 미국으로 이주한 모친과 달리 조부나 부친에 관한 공개적 언급을 적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