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남미 언론매체 인포바에는 "2016년부터 중국인에게 비자를 면제한 에콰도르가 중국인의 미국 이민 루트에서 핵심 경유지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며 22일(현지시간) 이 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인용된 에콰도르 이민국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에콰도르에 입국한 중국인은 5만명을 넘어섰다. 에콰도르가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 직전인 2015년 1만8000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인포바에는 "중국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까지 고전하자 미국 이민을 결정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난 결과"라며 "특히 중산층이 수천 달러의 비용을 들여 에콰도르에 입국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콰도르에서 시작되는 도보 이민 루트는 콜롬비아, 파나마,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온두라스, 과테말라, 멕시코 등 장장 7개국에 걸쳐 이어진다. 미국 이민을 결심한 중국인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특히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는 에콰도르를 경유해 미국에 입국하는 경로와 비용 등에 대한 정보가 넘친다고 한다.
가장 고생이 덜한 경로, 중간에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나 숙박업소에 대한 정보, 심지어 경유지 7개국에서 검문에 걸렸을 때 찔러주어야 하는 뒷돈의 금액까지 국가별로 정리돼 있다고 한다.
남미에서 출발해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로 올라가려면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에 위치한 '다리엔 갭(Darien Gap, 다리엔지협)'을 통과해야 한다. 워낙 자연환경이 험해 '죽음의 정글'로 불리는 곳이다.
파나마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다리엔 갭을 지나 남미에서 중미로 올라간 이민자는 모두 52만85명이었다. 국적별로 보면 베네수엘라가 32만866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에콰도르 5만7222명, 아이티공화국 4만6558명, 중국 2만5344명이었다. 중국은 아시아권에선 유일하게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에콰도르를 경유한 중국인의 미국 이민 열풍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인 이민 바람은 해가 바뀐 뒤에도 지속되고 있다. 콜롬비아 이민국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을 최종 목적지로 잡고 에콰도르-콜롬비아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중국인은 2845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9% 증가했다.
목숨을 건 여정 끝에 미국에 들어간 이민자들은 숨어 지내며 불법으로 체류하기보다는 망명신청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은 이민자 중에서도 특히 망명 승인을 받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중남미 등 기타 국가 출신 이민자의 망명 승인 비율은 14%에 그치는 반면 중국인은 50%를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인의 합법적인 미국 입국이 막히고 있어 불법으로 입국한 후 망명을 신청하는 중국인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