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연주단인 한빛예술단이 27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장애인식 개선 교육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남형 기자
영화 '라라랜드'의 삽입곡 'Another Day of Sun'의 경쾌한 선율이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의 구석구석을 채워나갔다.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인 전문연주단인 한빛예술단은 그렇게 클래식 콘서트의 '마인드 체인지'의 시작을 알렸다. 한빛예술단은 2003년 음악적 재능을 가진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창단된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인 예술단으로, 지휘자와 전 단원이 악보 암기로 호흡을 맞추는 오케스트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장애인개발원은 27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문화체험형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직장 인(In) 콘서트, 마인드 체인지!'를 개최했다. 이날 교육은 중앙부처 직원, 대전세종충청지역 공공기관 근로자 등 장애인고용에 대한 지속적 사회적 관심 및 인식 제고를 위해 마련됐다.
2020년부터 도입된 문화체험형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은 한빛예술단의 뛰어난 연주력을 바탕으로 연주, 강의 ,체험 등이 하나로 어우러진 이야기 중심의 콘서트로 진행된다. 장애인이 펼치는 공연을 통해 자연스럽게 편견을 해소하고 예술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임직원의 복지 증진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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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연주단인 한빛예술단이 27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장애인식 개선 교육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김남형 기자
이날 콘서트엔 무대 앞에 선 지휘자가 없었다. 지휘자의 손짓, 몸짓, 표정 대신 각 연주자의 귀에 꽂힌 수신기를 통해 지휘가 이뤄졌다. 지휘자를 포함한 모든 연주자는 악보를 외워 연주했다. 하지만 영화 '라미제라블' 삽입곡 'I Dreamed a Dream'를 비롯해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등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눈에 보이는 지휘자'의 부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연주는 매끄럽게 진행됐다.
한빛예술단 내 '프로젝트 더 밴드' 팀의 보컬 김지호씨가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을 부르며 박수를 유도할 땐 관객 모두가 함께 호응하기도 했다. 그곳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은 없었다. 준비된 연주가 모두 끝나자 사회자가 관객들을 향해 "오늘 공연 어떠셨냐고"고 물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의례적인 멘트'라 생각했는지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콘서트를 함께 관람했던 정부청사 어린이집에 다니는 원생들은 "재밌어요"라고 대답했다. 이날 콘서트의 핵심을 관통하는 대답이었다. 준비과정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겠지만 연주엔 차이가 없다는 것. '재미있다'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대답이 이날 공연을 위해 악보를 암기하고 수없이 합을 맞췄을 한빛예술단 단원들겐 최고의 칭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