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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 ‘보물 창고’ 열려...어보·궁중현판 등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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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4. 06. 06. 10:58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개관 후 언론 첫 공개
개관 20년 차 수장고 포화 상태…"통합 관리 시설 필요"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내부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내부./국립고궁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가 2005년 개관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한 주요 행정부처가 자리 잡았던 중앙청의 벙커로 처음 만들어진 뒤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도 쓰였던 이 공간이 공개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손명희 학예연구관은 5일 열린 수장고 언론 공개 행사에서 "지하 수장고 16곳을 포함해 19곳의 수장고를 운영하고 있다"며 "1960년대 중앙청 후생관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또 국립고궁박물관으로 바뀐 역사가 묻어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경복궁 주차장 지하에 위치한 수장고는 종이·목제·도자·금속 등 유물의 재질·유형에 따라 나뉘어 총 8만8530점(5월 말 기준)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그중에는 태조 이성계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을 비롯한 국보 4건, 보물 27건 등이 있다. 서울시 문화유산까지 포함하면 지정·등록유산만 54건, 세부적으로는 3639점에 이른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수장고에 들어가려면 카드키, 신원 확인 등 7∼8중의 보안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박물관 직원은 물론 관장조차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공간이다.

이날 공개된 10 수장고는 조선왕실의 어보·어책·교명 등 628점을 보관한 공간이다. 조선 왕조의 역사이자 왕가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과 문서를 모은 곳이다. 오동나무로 짠 4단 수납장에는 금과 은, 옥으로 만든 어보 등이 함에 담겨 있었다. 각 유물에는 꼬리표를 달아 정보를 적어 두었고, 서랍장 위에는 온·습도계를 놓아 관리했다.
11 수장고에는 조선 왕조에서 사용한 궁중 현판 766점이 모여 있었다. 1756년 영조가 예를 표하며 걸었다는 '인묘고궁'(仁廟古宮) 현판, 순조의 생모 수빈 박씨를 기리는 사당에 걸린 '현사궁'(顯思宮) 현판 등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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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된 '수장고 언론 공개' 행사에서 정소영 유물과학과장이 수장고에 보관중인 조선 왕실의 어보·어책·교명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박물관은 이날 정조가 왕세손에 오를 때 만든 각종 의례용 유물도 공개했다. 평소 교육 행사를 개최하는 열린 수장고(19 수장고)에서는 8세의 정조가 왕세손으로 책봉되면서 징표로 받은 옥인(玉印·옥으로 만든 도장), 죽책(竹冊·대쪽에 새겨 엮은 문서) 등을 볼 수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8만8000여 점의 유물이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는 듯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유물 구입, 기탁 등으로 소장품 수가 늘다 보니 과밀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5월 기준 수장고 시설 대비 유물 보관 현황을 계산한 포화율은 160%에 이른다. 경기 지역의 한 수장시설을 빌려 운영하고 있으나 임시방편이다. 손 학예연구관은 "지하 벙커로 지어진 시설을 개조·보수하다 보니 증축은 어렵다"며 "유물을 보관·관리하고 전시·교육까지 할 수 있는 제2수장고 시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물관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개방형 수장고 형식의 분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서울·경기 지역을 대상으로 후보지를 찾는 한편, 제2수장고 건립·운영을 위한 연구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개관 후 다양한 유물을 수집·관리하면서 포화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왕실 유물 통합 관리 시설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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