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은 인간의 감정을 의인화한 극중 캐릭터들의 이름이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별명으로 인기를 끌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5년 개봉 당시 5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는데, 우리 식으로는 '희·로·애·락'에 호불호를 판단하는 마음과 두려움을 더한 영화속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가 흥행 성공을 주도한 주인공들이었다.
대중의 이 같은 호응 뿐만 아니라 작품성에서도 아주 훌륭한 평가를 받았다. 평단의 격찬을 독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2016년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거머쥐는 등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잠시 침체기에 빠졌던 픽사 애니메이션이 예전의 명성과 활력을 돠찾은 계기가 됐다.
인기리에 상영중인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처럼 9년만에 돌아온 속편 '인사이드 아웃 2'는 열 세 살 사춘기로 돌입한 인간 캐릭터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 '불안이'를 비롯한 새 감정들이 늘어나면서 빚어지는 큰 변화를 다룬다.
어느덧 소녀로 자라난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매일 바쁘게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를 운영하는 '기쁨이'와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불안이'와 '당황이', '따분이', '부럽이'의 등장에 긴장한다. 아이스하키 선수를 꿈꾸는 '라일리'는 여름방학 하키 캠프에서 우정과 선망, 서운함 등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감정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제멋대로 구는 '불안이'와 계속 충돌하던 기존의 감정들은 결국 새로운 감정들에 의해 본부에서 쫓겨나게 된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정리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기쁨이'는 친구들을 이끌고 위험천만한 모험을 시작한다.
이처럼 캐릭터들이 많아지다 보니 집중도가 분산되면서 떨어지는 것은 어떨 수 없는 단점이다. 유년기 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했던 전편의 아련한 엔딩도 이번에는 만나기 어려울 듯 싶다. 그럼에도 극장 문을 나설 때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경험했고 우리 자녀가 겪고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단박에 이해한 것같아 괜히 뿌듯해진다. 12일 개봉, 전체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