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세입자서 안정적인 급식 환경 마련
탑골공원 성역화 작업과 맞물린 재건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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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는 조선시대 세조가 창건했다가 연산군 때 사찰을 기방으로 만들면서 사라졌다. 원각사 자리에 들어선 탑골공원에는 사찰 터를 증명하는 원각사 10층 석탑만 남았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은 탑골공원 인근 건물을 빌려서 무료급식소 겸 포교당인 원각사(사회복지원각)를 운영 중이다.
서울 종로구 원각사에서 18일 열린 재건 불사(佛事) 기자회견에서 주지 원경스님(북한산 심곡암 주지·전 조계종 사회부장)은 "배고픔에는 휴일이 없다"며 "원각사를 재건하는 것이 갖는 의미는 잃어버린 부처님의 도량(道揚)을 되찾는 것이면서 동시에 세입자 위치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무료급식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원각사 재건에 나선 원경스님은 1993년 탑골공원 무료급식을 처음 시작한 보리스님의 과업을 이어받아 2015년 4월부터 무료급식소를 9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원경스님의 노력으로 문을 닫을 뻔했던 원각사는 사회복지법인이 됐고 조계종이 인정하는 공식 사찰이 됐다. 그러나 그간 임대로 떠돌이 포교당 생활을 해야만 했다. 보통 무료급식소는 배타적인 인식과 주변의 민원으로 인해서 자기 건물과 부지 없이는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
이번에 확보한 부지는 탑골공원과 담장을 끼고 있는 곳(낙원동 213-7번지)으로 보리스님이 처음 무료급식소를 열었던 곳이다.
원경스님은 "창건 이후 560년, 폐찰된 지 520년 만에 신 원각사 재건의 문을 연다"며 "신 원각사가 들어설 장소는 옛 원각사 부지기도 하면서 보리스님이 처음 무료급식소를 열었던 곳이다. 환지본처(제자리로 돌아가다)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 원각사는 총 257㎡(약 78평), 지하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진다. 지하층은 주방 및 냉장고 등을 비치한 음식저장소로, 1층은 무료급식소로, 2층은 법당, 3층은 사무실 겸 접견실, 4층은 '음식 박물관' 겸 누구나 이용 가능한 다실로 활용한다. 당장 1층 무료급식소만 해도 66㎡(약 20평) 규모로 하루 평균 250명이 이용하는 현재의 급식소보다 두배나 넓다. 신 원각사는 올해 12월 입주 예정이며 이후에도 꾸준히 부지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불사는 종로구가 추진하는 탑골공원 성역화 작업과 맞물려진 계획으로 공원 담벼락을 헐어 2층 법당에서 공원 내 원각사지 10층 석탑을 친견할 수 있도록 조성할 예정이다.
원경스님은 "원각사지는 문화재와 국가공원에 지정돼 (그 자리에) 불사는 불가능하지만, 향후 인근 건물을 매입해 낙원동 일대를 불교문화가 가득한 극락정토로 변모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신 원각사를 위한 매입비는 21억 5000만원으로, 대출 빚 없이 오직 기부금으로 마련돼 의미를 더한다. 오는 8월 10일 원각사 10층 석탑 앞에서 고불식(부처님 전에 보고하는 예식)을 시작으로 재건에 나가겠다.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각사는 1464년(세조 10년) 5월 세조가 고려 흥복사 터를 중건해 세워진 사찰이다. 1465년 부처님오신날에 원각사를 낙성, 경찬회(慶讚會)를 베풀었으며, 스님 128명이 참석해 어정구결(御定口訣)로 번역한 '원각경'을 전독했다. 1467년 부처님오신날 10층 석탑을 완공하고 연등회를 베풀어 낙성했다. 1504년(연산군 10년) 연산군이 이 절을 '연방원(聯芳院)'이라는 기방(妓房)으로 만들며 스님들이 머물 수 없게 돼 폐사됐다. 이후 1897년 고종이 원각사지에 서양식 공원을 조성하면서 현재 탑골공원의 모습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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