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개월여 연기 끝 개최
대미 갈등 완화 조치 결정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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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23일 전언에 따르면 현재 집권 3기의 전반기를 지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을 2049년까지 초일류 국가로 도약시키겠다는 야심을 담은 슬로건인 '중국몽'을 시종일관 주창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통해서는 203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기술자립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세기 80년대 후반부터 금세기 초반까지 거의 30여 년 동안 이어진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리면서 실력을 기름)와는 완전 반대되는 '중국몽' 구호를 내세운 취지는 나름 괜찮았다고 할 수 있었다. MZ 세대를 비롯한 청년들로부터는 열광적인 지지도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로 인해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지난 2018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촉발됐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중국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때리기의 강도도 대단하다.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중국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도 나올 정도라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물론 현재 외견적인 중국 경제는 크게 나쁘지 않은 듯하다. 5% 안팎인 올해 성장률 목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깊이 들어가면 상당히 심각하다고 해야 한다. 무엇보다 GDP(국내총생산)의 25%를 담당하는 부동산 산업이 완전 고사 상태에 직면한 채 헤매고 있다. 막대한 부채로 부도 직전의 운명에 처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부지기수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사태를 초래할 정도인 소비 부진 역시 간단치 않다. 시중에 첸황(錢荒·돈맥경화)이라는 자조적인 유행어가 돈다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 수 있다. 여기에 상당 부분 숨겨진 것으로 알려진 지방 정부들의 막대한 부채와 청년 실업까지 더할 경우 '중국몽' 슬로건은 이제 완전 누더기가 됐다고 해도 좋다.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게 바로 시 주석이 2023년 9월 헤이룽장(黑龍江)성을 시찰할 때 제창한 신품질 생산력 구호가 아닌가 보인다. 한마디로 시 주석 버전의 도광양회라고 할 수 있다. 구호의 함의(含意)는 별로 복잡하지 않다. 우선 기술 자립화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중국제조 2025'의 목표를 일단 유보하겠다는 의미가 확실히 읽힌다. 또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지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20기 3중전회가 무려 9개월여 만에 열리는 것은 시 주석을 비롯한 당정 최고 지도부가 경제 부진 타개책과 새 대미 정책 마련을 위해 상당한 고민을 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준다.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새로운 지도 이념을 제시하기 위해 장고도 거듭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신품질 생산력이라는 지도 이념을 통해 실리주의로 복귀하는 것이 내달 20기 3중전회의 최대 결정 사항이 된다고 단언해도 괜찮지 않을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