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지금 민주당이 제안하고 있는 특검은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것"이라며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지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다른 경쟁자들은 일제히 한 전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나경원 의원은 "순진한 발상이고 위험한 균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분열은 공멸을 불러올 뿐", 윤상현 의원은 "순간 민주당 대표 출마 선언으로 착각할 정도"라고 하는 등 일제히 한동훈 때리기에 나섰다.
결론적으로 한 전 위원장의 채상병 특검법 발언은 여당의 분열을 가져오고 대통령 탄핵을 가능하게 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할 당시 여야 의석수가 1석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야당의 탄핵 추진에 동조하는 등 여당의 분열로 인해 헌정 역사상 유일무이한 대통령 탄핵이 감행되었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108석에 지나지 않아 9명만 등을 돌리면 탄핵이 현실화되는 매우 취약한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의 발언은 여당을 분열시킬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한 심판자만 고르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특검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이라면 한 전 위원장은 너무 순진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추진하는 의도는 특검 수사과정에서 국민들의 여론을 호도하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빌미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라는 점을 한 전 위원장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야당이 진실을 밝히려고 특검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탄핵 열차의 시동을 걸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공수처의 수사를 지켜본 뒤 미진하다고 생각되면 본인이 먼저 특검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이러한 윤 대통령의 뜻에 반해서 채상병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대표가 되면 대통령에 맞서는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사사건건 대립하는 것은 여권 전체가 공멸하는 길임을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