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경찰은 17일 기자회견에서 호텔 객실의 머그잔과 보온병 등에서 시안화물(청산가리)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방콕 경찰청 수사국 부국장은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망자 6명 중 한 명이 청산가리를 사용해 이번 (독살)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했다"며 "나머지 일행들을 독살한 후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당국이 지목한 살해 용의자는 베트남계 미국인 A(56)씨다.
당국은 사망자들의 친척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사업과 관련된 부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었단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의 병원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A씨에게 1천만밧(3억 8420만원)을 빌려줬으나 프로젝트가 중단되며 A씨와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기 다른 객실을 예약했던 이들이 한 객실에 모였던 것도 해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전날인 16일 오후 4시 30분 경 방콕 시내 라차프라송 지역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선 시신 6구가 발견됐다. 이들은 37~56세 남성 3명·여성 3명으로 2명은 베트남계 미국인, 나머지 4명은 베트남 국적이었다.
이들의 숙박은 16일까지였으나 예정된 시간에 체크아웃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호텔 직원이 객실을 찾았다가 스위트룸 거실에 4명, 침실에 2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초기엔 총격이 벌어졌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후 당국은 "시신의 입에 거품이 있고 객실에서 하얀 가루가 묻은 컵이 발견됐다"며 총격설을 일축했다. 당국은 "강도나 몸싸움의 흔적도 없었다. 객실 문도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 확인했다.
사망한 투숙객들은 룸서비스로 음식과 음료 등을 주문했으나 음식은 그대로 두고 커피와 차 등 음료는 마신 상태였다. 티띠 생사왕 방콕시 경찰 국장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약 24시간 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6명 외에 함께 객실을 예약했던 나머지 1명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기도 했으나 지난 10일 먼저 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콕 도심 한복판 최고급 호텔에서 외국인들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도 전날 밤 현장을 찾아 "이번 사건이 관광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