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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신국립극장의 '토스카'를 보면서 크게 탄복했던 부분은 이 프로덕션이 무려 24년 전인 2000년에 초연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후 25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7번의 재공연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초연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공연이라 하는데 그 프로덕션이 여전한 생명력을 가지고 사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무대에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고전으로 분류되는 오페라를 공연하는 일은 악보와 대본을 수정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을 수 있으나 반면 그것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원형이 보존되기 때문에 언제든 재현이 가능하고 원전 예술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신국립극장의 이번 '토스카'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이 프로덕션의 연출을 맡은 안토넬로 마다우 디아즈는 90년대에 우리나라의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도 연출한 바 있는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로 2015년에 고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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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립극장의 캐스팅은 동시대 스타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떠오르는 신예 성악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특징이 있다. 이번 오페라의 두 주역도 이러한 특징을 엿보이는 것으로, 토스카는 소프라노 조이스 엘 코우리가 노래했고 카바라도시는 루마니아 테너인 테오도르 일리차이가 맡았다. 레바논계 캐나다인 성악가인데, 뛰어난 벨칸토 창법의 리릭 소프라노로 알려져 있다. 엘 코우리는 연기력 측면에서 밋밋한 모습을 보여 푸치니 오페라가 추구하는 연극적 디테일을 잘 살리지 못했으나, 가창에 있어서는 전성기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떠올리게 하는 매력적인 음색을 들려줬다. 일리차이는 독특한 색깔을 지닌 테너로 힘이 넘치면서도 애수가 느껴지는 음색으로 두 번의 아리아를 모두 잘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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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지오 베니니와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련되고도 유려한 선율로 조화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현악의 섬세함, 하프의 서정성, 금관의 볼륨 등등 모든 파트가 적재적소에서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었고 합창단의 탄탄한 연주력도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연출가 마다우 디아즈 뿐 아니라 이 오페라의 초연에 참여했던 스태프 몇몇도 이제는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우리는 꾸준한 재공연을 통해 그들의 예술세계를 다시금 느낄 수 있다. 회화나 문학, 음악 작품이 아닌 공연예술에서도 이 같은 재생과 지속이 가능하다는 것이 부럽게 한다. 몇몇 아티스트의 두드러진 기량만이 아닌 일본 오페라가 가진 막강한 저력을 확인한 공연이었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