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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생인 또 럼 서기장은 베트남 북부 흥옌성(省)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 또 꾸옌은 프랑스 식민시절부터 어린나이에 일찌감치 혁명에 참가했고 베트남전쟁(월남전) 당시에는 공안 간부로 남부에서 활약했다. 사후에는 항미항쟁에 참가한 공을 인정받아 인민무력영웅 칭호를 받았다.
럼 서기장도 아버지의 뒤를 좇아 공안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중앙공안학교(現 인민보안학원)을 졸업한 뒤 공안부의 핵심 요직을 거쳐 2010년 공안부 차관에 올랐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공안부 장관을 역임하며 지난달 별세한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이 추진한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 왔다.
지난해 5월 22일에는 응우옌 쑤언 푹·보 반 트엉 두 주석의 중도퇴진으로 공석이었던 서열 2위 국가주석직에 올랐다. 쫑 서기장의 업무를 대행하던 럼 서기장은 지난 3일 공산당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후임 서기장으로 선출됐다. 럼 서기장의 아들 역시 공안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인민무력영웅' 아버지…40여 년 근무 '공안통'
럼 서기장은 쫑 서기장이 강력하게 추진해왔던 부정부패 청산에 앞장 선 인물이다. 럼 서기장은 서기장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공안부 장관이었을 때 중앙 반부패 운영위원회 업무를 맡아 직접 주도하고 지시하는 일을 맡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며 부패 척결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 밝혔다.
럼 서기장이 공안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기간 베트남은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 113위(2016년)에서 83위(2023년)로 올라섰다. 거센 사정바람에 당·정부·기업인 수천 명이 체포됐고,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보 반 트엉 국가주석·브엉 딘 후에 국회의장 등 정치국원·최고위 인사들도 줄줄이 낙마했다. 럼 서기장이 선출된 같은 날 베트남 공산당은 레 민 카이 부총리·당 꾸옥 카인 천연환경자원부 장관과 꽝닌성·뚜옌꽝성 당서기 등 4명의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을 부패와 관련된 당 규정 위반 혐의로 물러나게 했다.
일각에서는 부패청산의 칼잡이었던 럼 서기장이 서기장직을 두고 경쟁하던 잠재적 경쟁자들을 차근차근 정리했다는 비판과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강경·보수파인 럼 서기장은 공안부 장관시절 민주주의·환경운동을 벌인 시민활동가들을 탄압·체포했단 이유로 국제인권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 '칼잡이'·'하드라이너' 우려 속…대내외 정책 변화 크지 않을듯
이런 이유로 럼 서기장이 국가주석·서기장 자리를 독점하며 '베트남의 시진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부패청산 등으로 당내 권력구도가 요동치긴 했어도 럼 서기장이 '집단지도체제'라는 베트남 정치의 '신성한 유훈'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공산당 서기장,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 등 권력 서열 1∼4위의 이른바 '4개의 기둥'으로 불리는 최고 지도부가 권력을 나눠 갖는 집단지도체제를 택해왔다. 쫑 서기장이 지난 2018년 임기 중 사망한 쩐 다이 꽝 국가주석의 국가주석직을 겸임한 최근의 전례가 있긴 하지만 그 다음 임기에서는 다시 4개의 기둥이 복원됐다. 공안 출신인 럼 서기장도 군부 등 당 내 여러 정치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국가주석이 임명될 가능성과, 차기 국가주석직에 군부 출신인 르엉 끄엉 당 상임서기가 거론되고 있는 까닭이다.
무엇보다도 럼 서기장도 2026년 예정된 제14차 전당대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베트남은 정치국원 가운데 서기장을 선출하는데 정치국원에는 '65세 연령제한' 규정이 있다. 제14차 전당대회가 열리는 2026년 럼 서기장은 68세가 된다. 차기 서기장 연임을 위해선 쫑 서기장처럼 연령제한 규정에 특별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 현재 정치국 위원 14명 가운데 2026년 초에도 65세 미만인 위원은 6명에 불과해 차기 권력구도도 구상해야 한다. 정치국 위원 14명 가운데 공안 출신 인사가 5명에 달한다는 점도 지속적인 비판과 우려를 사고 있어 럼 서기장의 고심도 여러모로 깊어질 수밖에 없다.
16개월 남짓한 임기와 향후 전당대회를 위한 인선작업 등으로 베트남의 대내외적 정책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역시 지나치게 큰 변화는 선호하지 않고 정치적 안정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만큼 외교·경제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럼 서기장 역시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회경제적 발전(정책)을 계속해 추진할 것"이라며 "쫑 서기장을 포함한 이전 세대 지도자들의 유산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외교가와 경제계에서는 되려 럼 서기장이 확고한 '서열 1위'로 올라선 만큼 정국이 안정돼 "보다 더 예측가능해질 것"이란 긍정적인 반응도 포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