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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로이터·AFP에 따르면 와커 우즈 자만 방글라데시 육군 참모총장은 이날 현지 국영TV를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하시나 총리가 사임했다면서 "군부가 임시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 밝혔다. 와커 참모총장은 "임시 정부 구성과 관련해 압둘 하미드 대통령의 지침을 요구할 것"이라며 "군에 대한 믿음을 유지해 달라. (유혈 탄압과 관련된) 모든 살인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이라 말했다. 또 "군경에 절대 총격을 가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시나 총리는 헬기에 탑승해 방글라데시를 떠났다. 인도매체 CNN-News18는 하시나 총리가 탑승한 헬리콥터가 인도 북동부 트리푸라주(州)의 주도인 아가르탈라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들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수도 다카의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시위대가 하시나 총리의 아버지인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 초대 대통령·제2대 총리의 동상 위에 올라가 동상의 머리를 쪼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에선 지난달부터 정부의 공직할당제에 대한 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됐다. 비교적 평화롭게 시작됐던 시위는 정부의 강경한 탄압과 유혈 사태가 겹치며 점차 하시나 총리에 대한 반(反)정부 시위로 확산했다. 시위가 격화하며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사태가 확산하자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지난달 21일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할당하는 공직 인원을 기존 정부안인 30%에서 5%로 대폭 줄이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시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하시나 총리의 사과와 체포된 시위대 처벌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말부터 다시 시위가 재개됐고 정권 퇴진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다.
하시나 총리의 전격 퇴진은 지난 4일에만 반정부 시위로 최소 10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며 대중의 분노가 폭발한 탓이 컸다. AFP는 시위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는 4일까지 30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독립영웅', '방글라데시 건국의 아버지'의 딸인 하시나 총리는 부정선거 의혹과 야권 탄압·언론 장악 등으로 독재자의 길로 접어 들어왔단 비판을 받아 왔다. 공직할당제 시위에 대해서도 "야당의 음모"·"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라 주장한 하시나 총리는 결국 헬기를 타고 도망치는 불명예스러운 말로를 걷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