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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행업계는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달 여행업협회(KATA)에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여행계약 이행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최근 국내 주요 여행사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요청을 해왔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티메프에서 구매한 여행상품 및 상품권의 환불 주체에 대해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자, 여행업계는 불안에 떨고 있다. 금감원이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에 대해 정산 과정에서 '중간자' 역할로 보고 있어서다.
업계가 가장 불만인 부분은 '소비자'만 생각하는 외부의 시각이다. 여행사들도 엄연히 티메프에 상품을 공급해 온 '판매자'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판매자도 티메프로부터 피해를 받았는데, 정부 등에선 '판매자'가 사실상 사태를 해결해 줘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여행업계가 수백억원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사태를 발생시킨 정점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있는데, 그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30일 티메프 사태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 현장에서 구 대표가 그룹 시재 800억원을 당장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큐익스프레스의 지분(29.4%)을 내놔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티메프가 기업 회생(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하면서, 여행업계의 정산은 더욱 요원해졌다. 중개업이라 책임이 없다는 식의 면책 조항을 악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티메프를 이용했던 소비자들에게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사실상 '배째라'는 입장이다.
PG사도 만만치 않다. 여행업계에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 소비자가 여행을 확정해 정보가 여행사로 넘어간 순간 구매가 완료된 것이라면서 환불 책임이 없다는 것이 일부 PG사의 판단이다. 여행업계에 폭탄을 돌리려는 모습을 지울 수 없다.
7~8월은 여행업계의 성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줄어들며 반등했나 싶었지만, 티메프 사태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PG사의 요구대로라면 휴가 시즌에 이어 올 추석 연휴 예약 건까지 더해 3분기 실적은 적자가 확실시된다.
신뢰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느 일방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 정부가 여행사에 최대 6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지원 금액이 20억원에 불과하다. 현실적이면서 가능한 피해가 적어야 하는 대응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