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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로이터·AP통신과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모함메드 샤하부딘 방글라데시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이 군부·반정부 시위 주도 대학생 지도자와 시민단체 대표들과 전날 논의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샤하부딘 대통령은 같은 날 의회를 해산했다. 방글라데시에선 헌법에 따라 90일 이내 총선을 실시하게 되는데 과도정부의 수장을 맡게 될 유누스가 이를 관리하게 된다. 현재 치료를 위해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그는 곧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위를 이끈 학생단체들은 과도정부에 들어가 일할 시민과 대학생 대표 10~15명의 명단을 제출했다며 "과도 정부의 멤버(고문)들은 여러 정당과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빨리 결정될 것"이라 밝혔다.
유누스는 미국에서 유학한 방글라데시 경제학자다. 그는 치타공 대학 경제학과 교수 시절 대학 인근 마을에서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는 주민들을 보며 마이크로 크레딧(미소금융)의 지평을 열게 됐다. 그는 1983년 제도 금융에서 소외된 극빈자들에게 무담보·무보증 소액 융자를 해주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했다. 극빈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준 그는 그 공로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2020년 기준 그라민 은행은 현재 9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97% 이상이 여성이다.
'빈민들의 은행가'로 불리며 방글라데시에서 국민적 영웅처럼 큰 존경을 받고 있지만 이후 유누스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2007년 시민의 힘이란 정당을 설립하려 했으나 현실로 옮기진 못했고, 그의 대중적인 인기를 경계한 하시나 총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 먹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총리의 미움을 샀던 탓에 100건이 넘는 형사사건에 시달렸고, 정부와 연계된 이슬람단체들은 동성애를 차별해선 안된다는 취지의 그의 발언을 문제 삼아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그를 공격했다. 그는 2011년 그라민은행 총재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방글라데시에서 시위가 격화하자 유누스는 공개적으로 폭력에 반대하고 하시나 총리의 탄압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포부나 야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기에 이번 행보가 본격적인 정치활동으로 이어질지, 단순한 과도정부 고문에서 그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지난 몇 주간 반정부 시위로 300명이 넘게 목숨을 잃고 악화하고 있는 경제 상황 등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유누스에겐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 6월 다카 고등법원이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제 부활을 결정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났다. 이후 하시나 총리가 시위대에 밀려 지난 5일 사임하고 인도로 도피하면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