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외곽경비로봇보다 성능 떨어져
방사청 "작전 특화된 성능으로 설정"
무리한 행정으로 50억원 낭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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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신속시범사업으로 이 사업을 추진할 당시부터 '요구능력'의 설정이 잘못됐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방사청이 '로봇 국산화'라는 논리로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해 약 50억원의 연구개발 예산만 낭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사청은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의 개발을 완료하고 군사적 활용성 확인을 위해 육군에 시범 배치됐다고 12일 밝혔다.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은 방사청의 신속시범사업 대상과제에 선정돼 2022년 8월 개발에 착수했다.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주도로 현대로템,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참여해 이번에 개발을 완료했다.
방사청은 새로 개발한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의 주요 성능으로 시속 4㎞ 이상의 속도로 사족보행 이동할 수 있으며, 20㎝ 이상의 계단 등 수직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주·야간 카메라가 장착돼 감시정찰이 가능하고, 원격사격 권총 등 다양한 장비를 탈·부착 가능해 전투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22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외곽경비에 배치된 4족 보행로봇은 중량 45㎏, 최대속도 10.8㎞/h, 운용시간 최대속도로 3시간 지속, 수직장애물극복능력 30㎝, 방진방수 IP67, 운용온도 -40~55도, 통신방식 Wi-Fi·4G/LTE·위성통신(SATCOM) 등 거의 모든 요구능력이 올해 방사청이 개발한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보다 넘어섰다.
기존에 개발된 로봇의 도입을 결정했다면, 도입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고 예산도 현저히 절감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방사청은 당시 "대테러 작전에 특화된 성능으로 설정했다"며 "9㎜급 권총 원격사격통제체계, 비살상 무기, 로봇팔 등 특수기능이 적용된 탈·부착 장비를 포함해 연구개발을 수행할 예정으로 이미 상용화된 로봇이 모든 요구능력을 충족하는 건 아니다"라며 굳이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미 미군이 운용 중인 4족 보행 로봇에는 9㎜ 권총보다 성능이 월등한 기관총 등 무장이 장착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관련 업계에서는 방사청이 요구한 운용시간, 방진방수 성능, 운용온도, 장애물극복 능력 등이 특수작전용으로 사용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봇 전문가는 "전시 특수작전을 위해서는 극한 환경에서 충분한 운용시간과 함께 폭우나 폭염, 혹한 등 극한 환경에서도 로봇 운용이 가능해야 하지만 방사청의 요구성능을 볼 때 이번에 개발될 로봇이 그런 성능을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문가는 "방사청은 '이 사업을 바탕으로 순수 국산기술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장비를 개발해 기술성숙도를 완비할 예정이다. 이게 국내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지만 결국 50억원의 예산과 함께 시간만 낭비한 셈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