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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이호진, 누나 상대 ‘차명유산’ 소송 2심도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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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혁 기자

승인 : 2024. 08. 17. 09:48

1심 400억원에서 153억원으로 대폭 축소
2심 "선대회장 유언 유효…입증된 돈만 인정"
이호진 태광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선친의 수백억원대 차명유산을 두고 벌인 누나 이재훈씨와의 소송 2심에서도 이겼다. 다만 이 전 회장의 몫으로 인정된 돈은 1심 400억원에서 약 153억원으로 대폭 감소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6-3부(이경훈·김제욱·강경표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이 전 회장이 재훈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훈씨가 153억5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996년 사망한 고(故) 이임용 선대회장은 "딸들을 제외한 아내와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주되, 나머지 재산이 있다면 유언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이호진 전 회장의 외삼촌)의 뜻에 따라 처리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나머지 재산'은 이 선대회장이 사망한 뒤 10년 넘게 지난 2010년~2011년 검찰의 태광그룹 수사로 드러났다. 수사를 통해 상속세 신고과정에서 누락된 차명 채권과 주식 등이 발견됐는데, 이 전 회장이 이를 단독으로 처분하거나 자신의 명의로 실명 전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이 전 회장은 2019년 6월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검찰 수사 당시 이 선대회장의 배우자 고(故) 이선애씨는 추후 반환을 조건으로 재훈씨에게 선대회장의 '차명 채권' 총 400억원을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12년 이 전 회장 측은 해당 채권의 반환을 요청했으나 재훈씨는 응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복역 중이던 2020년 3월 재훈씨를 상대로 "'나머지 재산' 중 이 선대회장의 차명으로 갖고 있던 채권을 돌려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전 회장은 "해당 채권은 이 선대회장 유언에 따라 자신이 단독 상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딸들에게 재산을 남기지 말라는 유언에 따라, 남매들끼리의 분란이나 경영권 분쟁 방지를 위해 표면적으로 물려받는 재산이 다른 형제들과 비슷해 보일 필요가 있었다"며 "이 선대회장은 유언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을 통해 '나머지 재산'을 나에게 몰아주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훈씨는 "아버지 유언은 무효이며, 이 전 회장이 자신에게 차명 채권 보관을 위탁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심은 재훈씨가 이 전 회장에게 40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이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이 선대회장의 유언은 '일신전속성'에 반해 무효"라면서도 "하지만 상속 개시 이후 10년이 넘도록 이 전 회장이 해당 유산을 실질적으로 점유·관리했고, 다른 상속인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지났다"며 선대회장의 차명 채권은 이 전 회장의 것이라고 봤다.

2심 재판부도 이 전 회장의 차명 채권 소유권을 인정했으나, 그 이유는 달랐다. 2심은 "'나머지 재산'에 관한 선대회장의 유언은 유효하고, 이기화 전 회장의 의사에 따라 이 전 회장이 채권을 적법하게 물려받은 것"이라며, 금융거래내역 등을 통해 명확하게 입증된 153억5000만원만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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