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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에선 지난 17일 오전 6시부터 18일 오전 6시까지 의사들의 1일 파업이 벌어졌다. 인도 최대 의사단체인 인도의사협회(IMA)의 주도로 이뤄진 이번 파업에 전국 병원과 의료진들이 동참했다. 이번 파업과 시위에는 백만 명이 넘는 의사들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카타에선 이날 새벽 수천 명이 촛불 시위를 열었고 수도 뉴델리 등 전국 곳곳에서도 의사들과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IMA는 이날 성명에서 "교대근무를 하던 피해 수련의가 쉴 공간조차 없었다"며 당국은 국립병원 수련의들의 노동환경을 철저히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R.V. 아소칸 IMA 회장은 전날 로이터에 "인도 의사직 대다수가 여성"이라면서 협회가 그동안 여러 번 당국에 여성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 9일 인도 동부 서벵골주(州)의 콜카타 소재 국립병원에서 수련의가 성폭행을 당한 뒤 잔혹하게 살해된 데서 비롯됐다. 이 병원에서 근무하던 31세 여성 수련의는 병원 안에 휴게실이 없어 36시간의 근무를 마치고 세미나실에서 잠을 청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당국은 사건 발생 6시간 만에 병원의 30대 남성 자원봉사자를 체포했지만 사건 초기 경찰과 병원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인도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시작됐다. 인도 전역에서 피해자를 위한 정의 실현과 의사와 구급대원들의 안전한 근무환경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고 수련의들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서벵골주 당국은 야간에 근무하는 여성들을 위한 보안 조치와 함께 민간 기관 등에 야간 순찰 대책 마련을 요청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나서서 강력한 처벌을 약속했지만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인도에서는 오래 전부터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논란이 돼왔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대학생이 버스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 당국이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했지만 시민단체는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고 지적해왔다.
인도에선 지난 2022년 한 해에만 3만 1000여 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 하루 평균 86건에 이르렀다. 이는 2021년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성폭력을 둘러싼 사회적 낙인과 경찰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피해를 보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 범행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