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추정 흉기들에도 A씨 DNA 발견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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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22일 A씨의 살인 혐의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증거가 범죄사실을 인정할 합리적 의심이 없을 만한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유죄가 의심되는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 관련 제삼자의 범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기록상 제삼자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제삼자의 침입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공동현관문은 누구나 출입 가능한 장소인데 이 사건 범행 현장에 출입한 제삼자 출입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만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해자가 과거 사업을 하면서 민사 소송을 다수 진행했고, 실제 집에서도 소송 서류가 발견되는 등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는 제삼자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밝혀지지 않은 제삼자가 피해자의 사망에 개입됐을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들에 A씨의 DNA가 발견되지 않음 점 등도 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범행 도구로 특정된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표면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되지 않아 실제 범행 도구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또 다른 범행도구로 특정된 전기포트에서도 피해자의 혈흔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과거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려고 시도하기는 했으나 이는 조현병으로 인한 공격적인 성향 내지 양상에 불과할 뿐 살인 범행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가 범행 발생 전후 자신의 행동과 행적에 대해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고 있고 피해자의 아들이 주거지에 찾아가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는 점 등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우나 이 같은 사정만으로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A씨는 지난 1월 말~2월 초 경기 수원시 소재 거주지에서 함께 살던 작은아버지 B씨를 흉기로 무차별 가격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부모가 사망한 후 일정한 직업 없이 지내는 A씨를 30여년간 보살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범행은 지난 2월 7일 B씨의 아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B씨의 집을 찾은 아들은 집 안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리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 것에 의문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동한 경찰은 문을 강제 개방해 이불에 쌓인 채 베란다에 방치된 B씨의 시신을 발견했고 방에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