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법 개정은 안보와 관련 기술 및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데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하거나 적국을 위한 간첩행위를 방조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했는데 문제는 적용 대상이 북한뿐이라는 점이다. 중국 등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행위를 하더라도 적국이 아니라 간첩죄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를 고려해 2004년부터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확대하려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는 됐지만, 진전 없이 발의로 끝났다.
그동안 반도체·전자·통신·자동차·조선·방산업체 간부나 연구원이 재직 중 또는 퇴사 후 핵심 기술을 중국 등 외국 경쟁업체에 팔아먹다 적발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어 논란이 있었다. 지금은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 시대로 기술이 국가안보이고 경쟁력인데 핵심 기술이 속수무책으로 중국 등에 유출된 것은 큰 문제다. 20년 전 이미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손을 못 댔다니 정치권이 안보와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도 간첩죄 적용 범위 확대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다. 한 대표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했다는 의미가 아닌 대공수사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한다. 이어 "대공 수사는 보안이 생명이고 오랫동안 집중적인 리소스(Resource)의 투입이 생명"이라며 "중요 간첩 사건은 최소 5년~10년까지 지속적인 집중 수사를 통해 밝혀지는데 검사와 경찰이 제대로 해낼 수 없다"고 했다. 대공 수사는 단순히 사건을 맡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간첩죄 대상을 넓히고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부활하려면 여당이 당론으로 추진해도 야당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간첩죄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바꾸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민주당이 추진했기 때문에 반대할 게 분명하다. 민주당은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에 협조해 국가나 기업 핵심 기술과 정보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꼭 필요한 게 간첩법 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