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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부터 오는 11월에 열릴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선관위는 지난 25일 선거 후보자 등록 규칙을 발표하며 주지사·부주지사 후보에 대한 규칙에 대해 "후보자 등록 시점에 최소 연령이 30세가 되도록 하는 기존 규칙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국회도 후보자 등록일인 이날까지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아 조코위 대통령의 차남인 카에상 팡아릅의 출마는 불가능해졌다.
카에상은 올해 말에나 30세가 되기 때문에 현행 선거법으로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앞서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선거법에서 말하는 연령은 후보자가 당선된 후 취임할 때 연령을 기준으로 한다며 올해 선거로 뽑히는 새 주지사는 내년에 취임하는 만큼 카에상도 출마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선거법을 관할하는 헌법재판소는 지난 20일 대법원 해석을 뒤집고 후보 등록일 기준 30세가 돼야 출마가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국회가 선거법 개정 총대를 메고, 조코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다수 정당이 대법원 해석대로 선거법상 연령 기준일을 취임일로 바꾸려 시도했다.
이에 야당과 대학생·시민단체들이 지난 주말까지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다. 거센 비판 여론에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 24일 한 정당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권력에 대한 끝없는 갈증이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거나 해칠 것"이라며 조코위 대통령을 간접 비난하기도 했다.
퇴임을 앞둔 조코위 대통령이 장남에 이어 차남까지 출마시키려 선거법을 바꾸려 시도한 것에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자 결국 국회도 선거법 개정을 포기했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은 대통령과 부통령 출마 연령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사람은 연령 제한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소원 청구를 인용해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이자 수라카르타 시장이던 30대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의 출마 길을 열어줬다.
당시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이자 기브란의 고모부인 헌재 소장이 사건을 기피하지 않고 배석해 소원청구를 인용했고, 이후 이해충돌 방지 위반으로 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기브란은 이후 부통령에 출마했고 당선돼 취임을 앞두고 있다. 당시에도 대학생과 시민단체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정치 왕조를 구축하고자 인도네시아의 민주주를 해치고 있다며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